NSC·통일부 측서 3월훈련 한때 연기 추진
軍·주한미군 강력반발, 예정대로 실시


정부가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해 오는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 및 전시(戰時) 증원훈련(RSOI) 연기를 추진하다 군 일각과 주한미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예정대로 훈련을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그간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강도높게 비난하며 중지를 요구했지만 이번처럼 남북관계 등을 이유로 연기를 추진했던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이어서 군내(軍內)에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한·미 군 당국의 반발 등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도 훈련 연기를 추진한 데 대해 오는 2~3월쯤 남북 장관급회담과 6자회담 외에 남북관계와 관련된 ‘대형 프로젝트’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10일 “작년 말부터 정부 일각에서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 및 RSOI의 연기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돼 주한미군과 협의를 해왔다”며 “이는 북한이 이 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해 남북 대화 진전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정부 일각의 우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소식통도 “한국측에서 훈련 연기를 요청해와 논의를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미군측은 이에 대해 오래 전부터 예정됐던 훈련을 연기할 경우 병력 및 장비 이동 계획, 예산 계획 등에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우리 군내에서도 무리한 추진이라는 의견이 많아 결국 지난 6일 ‘없었던 일’로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훈련 연기는 NSC(국가안보회의)와 통일부 등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내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키로 했지만 순수 군사훈련이 남북관계를 고려한 정치 논리에 의해 왜곡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만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90년대 초 한·미 연합 팀스피리트훈련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카드’로 활용돼 실시되지 않은 적이 있으나 이는 공개적으로 발표돼 추진됐다는 점에서 은밀히 추진됐던 이번 경우와 다르다.

독수리훈련은 후방지역 안전 및 안정작전·상륙작전 등 실전적인 야외 기동훈련이며, RSOI훈련은 유사시 대규모 미 병력과 장비를 한반도에 효율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연습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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