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보당국 협조체제…관련 부처 ’모르쇠’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0일 중국을 극비리 방문한 것과 관련, 정부 관련 부처는 오전 내내 이를 확인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내언론과 외신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 첩보가 속속 타전되자 관련부처 관계자들은 ’크로스 체킹’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퍼즐 맞추듯 방중 첩보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와 통일부, 국정원 등 해당부처 관계자들은 기자들의 빗발치는 전화공세에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김 위원장의 중국 국경 통과 사실을 되묻는 경우도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정일 방중과 관련)전혀 아는 바 없다. 보고 받은 바도 없다”며 “아침에 사무실에 나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확인 중이지만 신빙성 떨어지는 것 같다”며 “(중국을 방문하려면)사전준비 차원에서 협의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포착되는 게 있어야 했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가 오전 6시30분께 단둥(丹東)역을 통과하고 3~4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관련부처 관계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국정원과 통일부 관계자들은 “열차 첩보는 있는 것 같다. 거기에 누가 타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라고 김 위원장의 방중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내놓았다.

정부 부처들이 김 위원장의 방중 첩보를 확인하려고 긴박하게 움직인 것처럼 한미 군 정보당국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정보당국은 미군이 최첨단 군사장비로 입수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대로 제공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가 평양역으로 추정되는 기차역을 출발할 때부터 누가 탔는지 확인하려고 열차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추적했다고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특별열차가 오전 6시10분(중국시간) 단둥역에 도착해 15분 간 머문 뒤 6시25분에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둥역에 도착했을 때 김 위원장이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측은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서방 정보 요원들에게 역정보를 흘린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믿을 만한 소식통들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는 첩보가 속속 입수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가 베이징역 등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중국정부가 보안을 지키는 것은 통상적인 관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신변경호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북한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