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프리드 헤커(Hecker) 박사는 미 핵무기 연구의 본산이자 국가기밀시설인 로스앨러모스 미 국립핵연구소 소장직을 12년간(1986~97) 지낸 핵무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1943년 창립된 로스앨러모스 핵연구소는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을 만든 곳으로, 일본에 투하된 2개의 원폭이 이곳에서 제조됐다.

헤커 박사는 5일 로스앨러모스 내 연구실에서 조선일보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향후 5년 내에 북한은 매년 10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추가 생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04년 1월과 작년 8월 두 차례 북한을 방문, 핵시설을 직접 보고 돌아왔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5년 내 연간 10개의 핵폭탄 제조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근거를, 영변에서 현재 가동 중인 5메가와트 원자로와 건설이 중지된 50메가와트 원자로의 능력을 들어 설명했다.

―50메가와트 원자로는 언제쯤 완공될까.

“작년 8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건설재개 연구가 완료돼 있었고 공사재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완공에 5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곳에서만 연간 56㎏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태천의 200메가와트 원자로 건설은 어떻게 되고 있나.

“콘크리트 기반공사는 돼 있으나, 공사가 재개된다는 징후는 없었다.”

―북한이 작년 8000개를 사용한 후 연료봉을 재처리 완료했다는 게 기술적으로 사실인가.

“그들이 나에게 해준 모든 과학적 설명과 상황을 종합하면 재처리 완료는 분명하다. 이를 통해 10~14㎏의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은 왜 이처럼 자세한 기술적 측면들을 당신에게 보여주었는가.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내가 똑같은 질문을 했다. 김계관은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관련한 모호함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그들의 핵개발 상태를 분명하게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북한 정치인들은 ‘억지력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일관되게 강조했다.”

―북한의 실제 핵폭탄도 보았는가.

“그와 관련된 것은 어떤 것도 듣지 못했다. 다만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복잡한 기술 중 내가 본 부분들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그들은 최소한 초보적(primitive) 수준의 핵폭탄 제조기술을 갖고 있다고 본다.”

―북한은 이미 핵폭탄을 갖고 있다는 뜻인가.

“몇 개의 단순 핵폭탄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가.

“북한이 1990년대에 확보하려 했던 것들과 파키스탄 칸 박사의 증언 등에 기반할 때 일종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추정하는 게 나의 견해다.”

―북한의 핵문제에서 지금 당장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플루토늄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북한의 플루토늄이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갈 경우, 국제적 재앙이 될 것임을 모두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워싱턴=허용범 특파원 h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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