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잡지가 이례적으로 개 기르기와 관련한 상식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의 대중잡지 천리마 최근호(2001.5)는 '오늘에 와서 개는 사람들의 생활과 정서에 도움을 주는 친근한 집짐승'이라며 개의 특성과 생활습성, 강아지 사육에서 유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잡지는 또 예로부터 사람들은 개를 길들여 사냥용, 경비용, 애완용 등으로 이용해 왔으며 현재 세계적으로 그레드데인, 세인트버나드 등 몸무게가 60∼100㎏이나 되는 큰 개에서부터 스피츠, 말치즈, 비쏭과 같은 작은 개에 이르기까지 200여종이 있다고 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강아지와 사람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는 낳은지 2∼3개월이고 개의 성격도 4개월까지 기본적으로 형성되므로 이 시기에 개를 얻어 잘 키워야 한다.

새로 가져온 강아지는 주인이 바뀌어 긴장해 있는만큼 1개월간을 적응기간으로 정해 충분한 휴식을 시켜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이 귀엽다고 주무르거나 귀찮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강아지가 사는 방안 온도는 섭씨 20∼23도가 적당하고 하루 4∼5회 먹이를 주지만 우유, 돼지고기, 닭고기 등 기름기가 많은 먹이를 될수록 주지 말아야 하며 물도 항상 깨끗한 것을 먹도록 자주 갈아줘야 한다.

또 강아지는 병을 견디는 힘이 약하므로 매일 변 상태를 관찰하고 코끝이 말랐는지, 눈곱이 지나치게 끼지 않았는지, 눈정기가 풀리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살펴 제때에 치료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천리마는 지적했다.

북한의 대표적인 대중잡지가 이례적으로 개를 사람들의 정서와 연관시키고 사육할때 유의할 점을 소개한 것은 최근 평양시 일부 가정에서 애완견을 기르는 것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탈북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도시와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정에서 주로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많이 길러왔고 일부 주민들은 개를 팔아 필요한 식량이나 상품을 구입하기도 했으며 북한당국도 이를 적극 장려해 왔다.

반면 북한당국은 애완견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부유층의 퇴폐적이고 호화사치스런 산물로 비판해 왔다. 한쪽에서는 거지들이 끼니를 때우기 위해 거리를 헤매고 있는 데 부자들은 애완견에게 초콜릿, 우유 등을 먹인다는 것이다.

특히 애완견은 자본주의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비난하는 댜큐멘터리 등 문예물에 자주 등장했다.

물론 북한의 동물원이나 서커스단 등에서 애완견을 사육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국가기관의 자산에 불과했으며, 따라서 주민 개개인이 애완견을 기른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애완견이 평양시 외화상점에 등장하고 김 총비서가 측근 간부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면서 평양시 부유층 사이에서 애완견을 공개적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애완견 기르기가 점차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부의 상징으로까지 떠올랐다.

탈북자들은 '한 때 금기시해 왔던 애완견을 가정에서 기른다는 것은 변화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아직까지는 대부분 주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겠지만 생활형편이 그나마 나은 평양시에서는 점차 애완견을 기르는 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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