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 ‘영혼산책’(맑음)을 낸 차길진(車吉辰·58) 후암문화공간 대표의 이력은 간단하지 않다.

그는 선친의 이야기를 기록한 ‘빨치산 토벌대장 차일혁(車一赫)’으로 1989년 한 잡지사 공모에 당선된 논픽션 작가다.

㈜오성INC를 창업한 벤처사업가이기도 하며, 지난 7월에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한·일 공동으로 ‘아사히야마(旭山) 음악제’를 열었다.

여기까지가 그의 세속적인 이력이다. 그는 1986년 자신이 설립한 후암정사(厚岩精舍)의 회주(會主)이기도 하며, ‘법사’라 불린다.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 산 자와의 한(恨)의 고리를 풀어주는 의식인 구명시식(救命施食)을 18년째 해오고 있다.

그는 “실제로 영혼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에게 전달한다”고 말한다.

사람의 전생(前生)을 꿰뚫어 보고 미래를 예측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울 석촌동 후암정사에서 그를 만났다. 온화한 미소를 띤 평범한 대한민국 중년 남자, 그의 인상에서 어떤 초월감 같은 것은 찾기 힘들었다.

―이번 책에 나오는 ‘영혼’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게 실제로 존재하는가?

“‘귀신’이 아니라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죽은 사람에게도, 산 사람에게도 존재하는 것이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지구가 회전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속눈썹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없는 것이 아니다. 영혼의 존재를 깨닫고 조그만 인연을 큰 인연으로 만드는 사람은 잘살 수 있다.”

그는 2001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권은 팔금산(八金山·부산)에서 나와 2002년 5~6월에 서서히 부상한 사람이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아무도 믿지 않았다. 히딩크의 별명이 ‘오대영’이던 시절 “월드컵에서 4강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내년 우리나라의 국운(國運)은 어떻게 되리라 보나?

“빨리 걸을 수는 있어도 과정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아마도 내년 중에 남북통일의 큰 계기가 되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가장 크게 절망했을 때 가장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월드컵은 몇 강까지 진출하게 될까?

“너무 큰일이 생겨서 월드컵은 그만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2007년 대선은….

“혹시 녹음하는 것 아닌가? 몇 마디 하자면… ‘뱃사람 둘과 산(山)사람이 떠나니 가운데(中) 사람이 온다.’ 남해바다 사람(김영삼 전 대통령)과 서해바다 사람(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동해에 해당하는 부산(釜山) 출신 사람(노무현 대통령)이 한 번씩 대통령이 됐다.

이번엔 중부에서 ‘될 사람’이 나오지 않겠는가. 여기서 ‘중부’란 꼭 충청도를 말하는 건 아니다. 미래에 대해서 비전을 가지고 과거를 화합할 수 있는 영민한 사람인데,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몸을 나라에 바치려는 사람이 될 것이다.”/글=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사진= 김창종기자 c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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