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 위조 달러인 수퍼 노트는 진짜 화폐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올해 4월 국내에서 적발된 수퍼 노트가 위폐 감별기를 통과하는 것을 경찰이 시연하고 있다. /연합

“스위스제 특수잉크 북한에 유입 확실”
용지 진짜와 흡사… 中옌볜서 많이 나와


국내의 화폐 전문가들은 초정밀 위조 100달러 지폐인 ‘수퍼노트’가 진짜 돈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한다. 수퍼노트는 실제 웬만한 국내의 위폐 감별기에 넣어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최신형 감별기가 있어야 한다. 올해 4월 중국에서 가지고 들어온 수퍼노트도 감별기를 그대로 통과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정보가 제한돼 있긴 하지만 수퍼노트의 원제조지가 북한일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재질 90% 흡사

미국이 북한산으로 추정하는 수퍼노트 용지는 실제와 흡사하다. 위폐 감별 전문가인 외환은행 서태석 부장은 “미 달러화의 성분은 1급 비밀이고, 성분 분석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종이 재질을 100% 똑같이 모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촉감 등으로는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한 재질이 위폐에 사용되고 있는데 현재 90% 정도 진폐와 비슷한 수준까지 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화폐 제조 관계자에 따르면 달러화 용지는 미국 크레인(Crane)사가 독점 공급한다.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면(綿)에 아마(亞麻·flax)를 섞어 만들며 모든 판매를 미국 정부가 감독한다. 이 용지와 똑같은 성분의 것은 다른 나라에 팔지 않는다고 한다. 같은 용지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용지는 면과 아마 외에도 나무와 철 등 30여 개 성분을 섞어서 만드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퍼노트의 경우는 13~15개의 성분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제 특수잉크 북한 유입

한국은행의 한 화폐 전문가는 “미 달러 인쇄에 사용 중인 색 변환 잉크(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특수 잉크)는 스위스 시크파(Sicpa)사가 전 세계를 상대로 독점 공급하고 있다”며 “북한 돈 일부에 이 잉크가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 회사 잉크가 북한에 유입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 잉크는 세계 90여 개국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가별로 조금씩 색깔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도입한 잉크가 수퍼노트에 쓰인 잉크와 똑같은 것인지는 공개된 정보가 없다. 북한의 달러 위조 브리핑 결과를 들은 관계자들은 “100달러 뒷면 일부분의 색깔이 약간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볼 때 북한이 미국의 달러 발행에 쓰이는 것과 똑같은 잉크를 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아직은 증거 부족

외환은행 서 부장은 “북한이 수퍼노트급 위폐의 공급지로 의심받고 있는 근거 중 하나는 세계 최고수준의 달러 위폐가 중국 옌볜·지린성 주변에서 집중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곳에서 나온 위폐는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는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짜와 유사하다. 이 정도 정교한 위폐를 만들어내는 것은 보통 조직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나온 이런 정보들로는 북한을 명백하게 달러 위조국이라고 지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심증은 있지만 북한이 “증거 대보라”고 따지면 반박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미국측이 보다 확실한 자료를 공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진실게임’하듯 장기화될 경우 핵 문제 해결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측의 마카오 은행에 대한 조사 결과가 빨리 나오길 바라고 있다.
/김홍수기자 hongsu@chosun.com
권대열 기자 dykwon@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