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몸에 장애가 있는데 어딘지 압니까?"

9일 제3차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이 이뤄진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화상상봉장에 앉은 남측의 안태룡(69)씨는 화면에 형 상욱(72)씨가 나타나자 형님이 맞는지부터 확인했다.

이에 북측의 상욱씨가 "2살때 호박죽에 데여 손에 화상을 입었잖니"하자 안씨는 "형님이 맞네. 확실하네"하고는 두 손을 눈가에 가져가 솟구치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안씨는 "형님 제 별명이 땡초잖아요"라고 하자 상욱씨는 "하하. 맞아"하며 50여년전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안씨가 아버지는 1980년에, 어머니는 97년에 돌아가셨다고 하자 상욱씨는 잠시 상심에 잠긴 뒤 제삿날을 꼼꼼히 기록하며 그동안 살아온 북에서의 생활을 소상하게 이야기 했다.

이들이 헤어진 것은 한국전쟁 발발후인 1950년 8월께 경북 상주에서 였다.

상욱씨가 인민군과 함께 월북하면서 이산가족이 되고 만 것.

상욱씨는 "집 뒷산에서 내려다 보니 어머니가 마당에서 닭 모이를 주고 계셨는데 이게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헤어질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안씨를 비롯 이날 화상상봉장에 나온 남측 가족들은 북측의 형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생생하게 이야기 하자 "형님 대단하십니다, 기억도 좋으시고, 우리 꼭 만나요"라며 한마디씩 건네며 건강하길 기원했다.

안씨는 상봉을 마친 뒤 "형님 모습을 보니 금방이라도 달려가 만나고 싶다"며 "어릴적 놀던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 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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