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날 왜 울어. 통일의 그날 다시 만나요"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에서 이뤄진 9일의 제3차 이산가족 화상상봉에 참석한 김학선(81.여)씨는 북측의 쌍둥이 조카 강정모.인모(73)씨를 55년만에 만나 흐르는 눈물을 거두지 못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 숙모인 김 할머니의 서울 영등포집에서 유학 중이던 강씨 형제는 어느날 아침 쌀을 광목으로 바꿔온다며 집을 나간 이후 연락이 두절돼 반백년을 넘게 생사도 모른 채 지내야만 했다.

쌍둥이 조카의 뒷바라지를 하며 이들에 대한 정이 남달랐던 김 할머니는 두 조카의 모습이 보이는 스크린으로 손을 뻗으며 "반갑다. 너무 반가워"만 연신 되내었다.

쌍둥이 형제는 김 할머니가 남몰래 사준 검정 고무신을 아까워 신지도 못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등 남측의 가족과 함께 지난 50여년의 세월을 더듬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정모씨는 또 "제사는 큰 형인 내가 지내야 한다"며 부모와 조부모 등의 기일을 꼼꼼히 받아 적고 남쪽의 동생과 조카들에게 김 할머니를 잘 돌봐달라고 당부하면서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김 할머니에게 "이렇게 좋은 날 울긴 왜 울어요. 통일의 날 다시 함께 살면 되는데..."라며 위로했다.

상봉이 끝난 뒤 김 할머니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래 살아 있으니 조카들을 보게 됐다"면서 "앞으로 모두 같이 살 수 있는 그 날까지 더 건강하게 살겠다"며 이별의 아쉬움을 삼켰다.

이날 화상상봉에는 이밖에 남측의 김종국(72)씨가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다는 북측의 형님 종대(78)씨를 만나 그동안의 그리움을 담은 애절한 편지를 낭독, 보는 이의 심금을 울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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