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유동성 위기는 현대의 대북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대의 대북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주)현대아산은 아직 손익분기점에도 오르지 못한 채 그동안 자본금만 까먹은 상태. 현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지금까지의 투자 규모만 4000여억원에 달한다. 계획대로라면 앞으로도 금강산 종합개발과 서해안공단 조성사업 등 대규모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현대 계열사의 자금난으로 당초의 대북사업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인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을 포함해 8개 현대계열사가 현대아산의 지분을 갖고, 이들이 계속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대북투자자금을 조달해왔기 때문이다.

상선과 건설, 두 회사는 긴급지원을 받는 상황에서도 지난 25~26일 현대아산 증자에 참여, 각각 560억원과 277억원을 다시 쏟아부었다. 현대 유동성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무리한 대북사업이 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3월 납입자본금 1000억원으로 출발한 현대아산은 현재 자본금을 4457억원까지 늘렸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716억원 매출에 37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투자자금까지 따지면 이 정도 손실은 약과다. 지금까지 장전항 부두와 온정각휴게소 건설 등 시설투자에 들어간 돈이 1억2200만달러. 또 북한 측에 입산료와 토지이용료 명목으로 매달 1200만달러씩 지급한 돈이 2억4600만달러에 이른다. 반면 수입은 지난 1년 반 동안 총 관광객 24만여명으로부터 1인당 평균 200달러씩 받은 5000만달러 정도다.

이런 수익 구조에도 불구하고 현대는 2030년까지 3단계에 걸쳐 금강산을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관광단지로 개발한다는 계획하에, 우선 2004년까지 ▷골프장 및 스키장 건설 ▷호텔 3곳 신축 ▷관광선 및 쾌속선 확충 등을 추진중이다.

이와 별도로 2000만평 규모의 서해안공단 조성도 북한과 협상 중이다.

현대는 이런 대규모 투자사업을 위해 외자유치와 서해안공단사업 컨소시엄 구성 등을 구상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유동성 위기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대북사업 전반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대 관계자는 “대북투자를 꼭 수익성만으로 따질 수는 없는 것”이라고 전제,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외자유치나 사업 컨소시엄 구성도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에 큰 차질없이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중식기자 j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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