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조속하고 검증가능하게 폐기해야"
노무현·부시 대통령… 경주서 정상회담 가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7일 경주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선언문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강조했다. 두 정상은 그러나 “북핵문제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북한이 조속하고 검증 가능하게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공동선언에서 “북한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공동의 희망에 입각하여 그들의 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계속 모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폐기의 전제조건으로 요구 중인 경수로 제공에 대해 “정말로 문제되는 것이 경수로”라고 전제, “우리 입장은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제공)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적절한 시기란 그들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하게 포기한 후”라고 말했다.

이는 국제기관의 사찰을 통해 폐기가 확인된 이후에 경수로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한국 및 중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에 대해 ‘신축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 문제와 관련, “만나는 것은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면서 “무엇을 합의하고 성사시킬 수 있느냐다. 회담 자체만을 위해 무리한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 밖에 한·미 동맹 재조정 문제 및 국제사회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위해 양국 외무장관 간 ‘전략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하고, 내년 초 첫 회의를 갖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장관급 전략대화를 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 중국, 호주 등이다./경주=신정록기자 jr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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