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새 천년에서 처음 맞는 바다의 날이다. 다음달 12일에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린다. 금강산 관광항로 개설, 지원물자의 해상수송 등에서 보듯 그동안 남북한의 교류는 주로 바다를 통해 이루어졌다.

북한은 앞으로 사회적 변화를 가능한 한 지연시키면서 경공업 중심의 수출주도 제조업을 육성·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제전략은 수출상품을 경제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해상운송수단의 확보와 항만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우리 나라의 해운수준은 보유선박 규모나 운영기술로서도 세계 7∼8위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해운항만 산업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난 92년 9월 17일에 체결된 ‘남북교류·협력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 합의서’는 이미 남북 간 해운항로 개설에 합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기존 합의서의 내용에 따라 해운회담이 성사될 경우, 우리 나라가 가지고 있는 자본·기술·경영·선박운용의 노하우와 북한의 인력·시장이 결합해 상호 보완적인 실질적인 해운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을 경유한 철도운송의 세계화를 통해 이미 구축된, 세계화된 해상운송망과 연결시켜 전 세계적인 물류체계를 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물류시스템 구축을 통해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방대한 시장, 시베리아의 풍부한 지하자원, 일본의 자본과 기술력을 상호 보완시킬 수 있는 보완적 경쟁력을 창출해나가야 한다. 우리 나라가 중국·시베리아·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안에서 물류중심국가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발상이 필요하다.

남북한 관통 철도의 건설과 고속화와 더불어 서해 해상에 조수간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리적으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해상항만을 건설하면 황해에 인접해 있는 모든 항만과 연계수송이 신속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경인운하 계획이 엄청난 투자재원의 소요와 환경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해상컨테이너 터미널로부터 임진강의 자연수로를 이용한 바지선의 이용이 보다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서울근교에 대형선이 들어온다고 하여도 이에 따른 엄청난 항만인프라 건설이 또 필요하게 되고, 또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그보다는 행주산성 부근에 물류단지를 건설하여 수출입되는 컨테이너를 바지선에 의해 임진강을 통해 해상 터미널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1세기는 해양의 시대이다. 이미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육지에서의 자원고갈이 해양의 무한한 자원확보 경쟁으로 들어가고 있다. 바다에서의 경쟁은 과학과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진취적인 해양정신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도 해양부국의 목표를 설정하고 온 국민이 바다를 벗삼아 해양산업을 통한 국부의 축적에 매진할 때이다.

/ 전 준 수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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