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남 거제도 백병원 응급실.

울부짖는 이간심(여·70) 할머니의 손에는 아들 사진이 들려 있었다. 아들 정완상(54)씨는 1971년 서해상에 고기 잡으러 나갔다가 납북됐다. 이씨는 11월 5일부터 열리는 제12차 이산가족 상봉 때 그 아들을 만나고 싶다고 신청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확인불가’ 통보를 받았다. 충격을 받은 이씨는 식음을 전폐하고 울기만 하다가 가족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1971년 납북된 정완상(54)씨의 어머니 이간심(70)씨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다가‘확인불가’통보를 받고 충격을 받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53) 대표가 이씨를 위로하고 있다. 안준호기자

“차라리 죽었다고 하면 포기나 하지, 자기네가 잡아가 놓고 생사확인 불가란 게 도대체 말이나 됩니까. 자기네도 부모형제가 있고, 가족이 있을 텐데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이씨는 상봉 신청을 해 놓고, 아들 사진을 품고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이씨가 갖고 있는 사진은 1974년 북한 묘향산에서 납북자들이 단체로 찍은 것이다.

올해 2월 초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崔成龍·53) 대표가 북에서 입수해 공개했다. 비록 30여 년 전 사진이지만 이씨는 닳도록 보고 또 보고, 한순간도 품에서 떼 놓지 않았다.

“개, 돼지도 아니고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하는 겁니까? 납북됐을 때는 국가보안법으로 괴롭히더니 이젠 생사확인도 안 해 준다는 게, 이게 나라입니까?” 이씨는 가슴을 쳤다.

이씨는 1992년 7월 ‘송환대상 납북자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아들의 생사조차 몰랐다고 했다. “무당이 ‘아들이 죽었다’고 해서 제삿날도 모르지만 음력 9월 9일엔 제사도 지내고 영혼 결혼식도 치러줬지요.”

이씨는 “내가 바라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배고파 배를 탔던 게 평생 한이 되니 그저 내 손으로 흰 쌀밥 한 그릇 배부르게 먹이고 하룻밤 데리고 자고 돌려보내는 거예요”라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 거제=안준호기자 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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