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자금압박을 받게 된 이유는 주요 회사채 매입자인 투신사와 은행신탁, 종금사가 올들어 수탁고 감소로 매입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4월초 경영권 분쟁 이후 현대그룹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하면서 자금사정이 더 악화됐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현대건설은 이라크에서 공사 미수금이 9억달러에 달하는 등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월 회사채 1500억원을 발행한 이후 추가발행을 못해 타격이 컸다. 지난 22일에는 만기가 돌아온 200억원의 회사채를 주채권은행에서 문제삼아 만기연장에 애를 먹으면서 악소문이 더욱 확산됐다.

현대상선은 3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굴리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만기를 연장해 주지 않아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현대측이 밝혔다. 재계관계자는 “현대상선이 그룹의 대북사업 창구인 현대아산에 40%의 지분을 갖고 있고 지난해 이 사업과 관련해 3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이 문제”라며 “북한에 6년간 주기로 한 9억달러를 대부분 현대상선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욱이 올들어 현대 주요계열사의 부채는 더 늘어났다. 현대건설은 지난해말 차입금이 3조7740억원이었으나 올들어 3460억원이나 증가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한달간 2630억원의 부채가, 현대중공업은 올들어 4개월간 4220억원의 부채가 늘어났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전반적으로 볼 때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빚이 계속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금조달과 상환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와 채권단은 일단 현대의 자금사정을 “문제없다”고 판정하고 있다. 빚이 많지만 영업이익도 많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현대건설은 120억원, 현대자동차는 2150억원, 현대중공업은 420억원의 흑자를 냈다. 현대건설측도 지금의 자금난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금융시스템만 제대로 가동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훈기자 khkim@chosun.com

현대그룹 차입금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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