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곤혹스러운 10월을 보내고 있다.

이 달 첫 날부터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비자금에 남북협력기금이 흘러들어갔다는 현대 내부 감사보고서가 유출된데 이어 북측의 롯데관광에 대한 개성관광 사업 제의, 북측 ‘아리랑’ 공연 관람을 둘러싼 뒷말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5월부터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면서 두 차례의 장관급회담은 물론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등 굵직한 뉴스를 양산하며 6.15 및 8.15 남북 당국간 공동행사 등을 소화하느라 숨가쁘게 달려온 통일부 입장에서는 뜻밖의 암초에 부딪친 모습이다.

이 가운데 논란이 가장 심했던 것은 현대 감사보고서 파동.

김 전 부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에 남북협력기금이 관련됐다는 현대측 보고서 때문에 기금 관리책임을 진 통일부로서는 당연히 책임 공방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통일부는 초기에 “현대아산에게 기금을 직접 지원한 바 없다”며 간접적으로 한국관광공사나 조달청 등을 통해 기금이 현대아산에 들어갔지만 그 때부터는 이미 회사자금이 됐다는 논리를 폈지만 ‘정부 책임론’은 쉽게 진화되지 않았다.

현대측 설명을 들은 뒤 지난 6일 발표에서 “기금을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은 협력기금 입금시기와 비자금 조성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점 등으로 인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는데도 논란은 계속됐다.

특히 10일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됐다. 문제의 금강산도로공사 대금이 도마 위에 올랐고 기금을 이용한 ‘돌려막기’라는 논리까지 등장, 통일부를 괴롭혔다.

그러나 국감을 계기로 감사원 감사 때 현대 관련 부분을 포함해 기금에 대한 감사를 중점적으로 받고 기금 운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전문가를 활용하겠다는 답변을 통일부가 내놓으면서 일단은 어정쩡하게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양상이다.

롯데관광의 개성관광 참여 문제를 놓고도 작게는 독점적 권한을 가졌다는 현대아산과의 이해관계 문제로, 크게는 대북경협의 경쟁체제 도입 여부 문제로 비화되면서 통일부의 입장은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롯데관광이 10일 “현재는 여러 조건들이 성숙되지 않아 북측으로부터 제안이 와도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통일부도 현대와 북측의 7대사업 독점 합의가 유효하며 정부도 당사자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하면서 일단락됐다.

북측의 집단극 아리랑 공연은 계속 뒷얘기를 낳고 있는 케이스에 해당한다.

지난 달 26일부터 본격화된 남측 민간단체와 여행사 등의 아리랑 공연 단체관람의 경우 이번 주말까지 5천명 가량의 방북이 예상된다. 방북 추진 인원까지 합할 경우 1만2천명 가량이 될 정도로 방북자가 많다.

이 과정에서 방북 승인은 물론 아리랑 공연 인력의 인권문제까지 제기됐다.

남측 관람객 중 520명이 법무부의 신원조회도 거치지 않고 방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지난 7월 금강산에서 열린 통일기행 행사 때 간첩 전과자들의 방북 승인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런 방북 승인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통일부 입장이지만 시각에 따라서는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는 북측의 아리랑 공연 이면에는 참가자에 대한 반인권적 측면이 있다는 탈북자 증언을 근거로 아리랑 공연 관람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자는 목소리가 나왔다가 채택되지 못하기도 했다.

또 남측 관람객 일부가 평양에서 산 체제선전 책자가 반입되고 있다는 주장이나, 일부 단체가 일반 여행객도 일부 데려갔다는 여행업계의 주장도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방북이 일반인들이 북측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많다.

이런 논란은 점차 수그러드는 양상이지만 ‘아리랑 방북’이 또다른 뒷얘기를 낳을 수 있고 협력기금 문제도 향후 감사원 감사나 수사당국의 수사가 이뤄질 경우 새로운 사실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불씨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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