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김씨와 그녀의 딸 박양이 지난달 12일 중국 톈진 한국국제학교에 진입하기 전 찍은 사진/ 피랍탈북인권연대 제공

중국경찰 온다니까 어린 딸 놀라 쓰러져
남편도 탈북후 북송돼… 한국 꼭 가고파


지난달 12일 중국 톈진(天津) 한국국제학교에 들어갔다 쫓겨난 9명 중 한 명인 김모(여·37)씨는 대화 내내 울먹였다. 그녀는 함경북도 출신으로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997년 2월 남편과 함께 탈출한 뒤 중국에서 밑바닥 생활을 전전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1998년 중국 선양(瀋陽)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됐다고 한다. 현재 옌지(延吉)의 한 중국인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딸(8)과 함께 지내는 그녀에게 지난 8일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사무총장과 함께 국제 전화를 걸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탈북자 9명이 지난달 12일 중국 톈진(天津) 한국국제학교에 진입하기 전인 당일 오전 1시쯤(현지시각) 한 은신처에서 정부에 구명(救命)을 요청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피랍탈북인권연대 제공

―요즘 지내기는 어떤가?

“톈진 한국국제학교로 들어갈 때 옷을 포함해 모든 걸 처분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다. 날씨는 추워오는데 겨울 옷도 전혀 없다. 남의 집에 얹혀 사는데 눈치가 대단하다. 먹는 것조차 쉽지 않다. 요즘 사회가 돈 없으면 밥도 얻어 먹기 힘들지 않은가?”

―톈진 한국국제학교에 들어갔을 때의 상황은?

“교장실에 들어가니까 교장 선생님이 우리를 거절해서 밀려났다. 우리가 조선족이라고 했다는 건 그분들이 거짓말하는 것이다.

남자 선생님들 10여명이 우리를 내쫓았다. 우리 애가 여덟살인데 학교측에서 신고해서 공안이 온다니까 놀라 기절했다. 주변 사람들이 다 봤다.

주임 선생님이 우리 말씨가 다르니까 쫓아내면서 “한국 사람만 받지 조선족은 안 받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밝혔다. 우리가 거기(북한)서 왔다고 말했다. 지금도 (남들이) 말을 들을까봐 말하기 어렵다.”

―북한에서 왔다고 말했는가?

“거기(북한)서 왔다는 사실을 남들이 들을까 현재도 두렵지만 (당시에) 그 사실은 정확하게 밝혔다. 우리 애 때문에 마음 아팠다. 어미 잘못 만나…, 시절 잘못 만나…, 가슴 아팠다.

처음에는 (탈북자라고) 밝히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톈진 한국국제학교 김태진 교장은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들이 자신을 중국 지린성(吉林省) 옌지에서 온 조선족이라고 소개했고 탈북자라고 밝힌 적이 없다”며 “공안을 부르라고 한 건 이들이 소란을 피워 학습에 방해가 돼 관행적으로 한 말일 뿐 실제로 공안을 부르진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어떻게 넘어왔나?

“1997년 혜산에서 출발해서 창바이현(長白縣)에 도착했는데 인가를 만나지 못해서 산 속에서 겨울을 났다. 좀 지난 뒤 네이멍구(內蒙古)까지 들어갔으나 살 곳이 못 돼 창바이현으로 다시 돌아와 힘들게 생활했다.

중국인들이 우리에게 일 시키고 돈도 안 줬다. ‘공안국에서 잡으러 온다, 빨리 튀어라’고 해서 도망 다니기 급급했다. 도중에 선양에서 (남편이) 잘못됐다(북송됐다). 그래서 옌지로 돌아와 몇 년 지냈다.”

―한국에 오고 싶은 생각은 언제부터 했는가?

“이전부터 그런 마음은 있었는데, 우리가 한국으로 가면 거기(북한)에 있는 부모 형제들이 잘못될까봐 두려워 차마 결심을 못했다. 작년부터 한국땅으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한국에 대한 생각은?

“거기(북한) 있을 때 한국은 암흑세상이요, 판잣집 많은 거지세상이라고 들었다. 우리가 그곳(북한)에 있을 때는 중국이 천국이라 생각했는데 중국에 와 실상을 보니까,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돈 벌러 갔다 오는 것 보니까, 한국이 정말 좋은 나라라는 걸 알았다. 정말 한국에 가고 싶다.”

―다른 분들 소식은 들었는가?

“학교에서 헤어진 후 전혀 소식 못 들었다.”

도 총장은 김씨와 통화가 끝난뒤 “다른 나라 국제학교에 들어가면 대부분 탈북자들의 소망대로 한국행이 이뤄지는데 유독 한국국제학교에 들어가면 북송되는 일이 잦다”며 “탈북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한국국제학교”라고 말했다./안준호기자 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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