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학자들이 한글로 편역한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의 작품선집 ’금오신화에 쓰노라’(보리 펴냄)가 출간됐다.

김시습은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차지하자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방외인(方外人)으로 전국을 떠돌면서 당시 조선사회를 통렬히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그는 평생 수만여 편의 시를 썼고 소설도 여러 편 쓴 것으로 전해지지만 대부분의 작품을 스스로 없앴다. ’매월당집’에는 그가 평생 쓴 시 가운데 2천200여 편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금오신화에 쓰노라’는 ’매월당집’과 우리 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 가운데 시 160여편, 소설 5편, 정론 9편, 서한문 3편을 골라 실었다.

양반들의 횡포로 비참하게 살아가는 농민들의 모습을 그린 ’산골 집을 지나며(遊山家)’ ’어허 애달파(嗚呼歌)’,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노래하고 역사를 읊은 ’부벽루’ ’단군묘’, 산속에 묻혀 있으면서도 정치 일선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러나는 ’먼저 백성을 사랑하라(愛民義)’, ’어진 군주를 기다리며(人君義)’, ’금오신화’에 실려 있는 ’만복사의 윷놀이(萬福寺樗蒲記)’와 ’이생과 최랑(李生窺墻傳)’ 등 다섯 편의 소설을 글맛과 말맛을 살린 우리 고유어로 옮겨 엮었다.

이 책은 북한의 ’조선고전문학선집’을 편집해 남한의 보리출판사가 출간하고 있는 ’겨레고전문학선집’의 제8권이다. 그동안 박지원의 ’열하일기’(전3권)와 ’나는 껄껄 선생이라오’, 이규보의 작품집 ’동명왕의 노래’ ’조물주에게 묻노라’, 이제현의 작품집 ’길에서 띄우는 편지’ 등이 남쪽에서 출간됐다.
류수ㆍ김주철 옮김. 624쪽. 2만5천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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