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가 주민들의 탈북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한 내부 강연자료가 처음으로 입수됐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이나 인민군의 내부자료가 국내에 입수, 공개된 적은 있으나 국가안전보위부 문건이 입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문건은 인터넷매체인 자유북한방송(freenk.com)이 북-중 국경지역 인민군 군관으로부터 입수해 본사에 전한 것이다.

<혁명적 경각성을 높여 도주자(탈북자)들을 막기 위한 투쟁을 강화하자>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A4용지 10쪽 분량으로 2002년 10월 국가안전보위부출판사가 발행한 것으로 돼있다.


[▶전문보기] 반간첩투쟁을 위한 군중교양자료
'신동아' 인터뷰 기사 예시…실제 그런 기사 없어

문건은 탈북자들 대부분이 돈도 벌고 향란을 누릴 심산으로 국경을 넘고 있으나 다른 나라에서 헐벗고 굶주리다가 공안기관에 체포되어 나라(북) 망신만 시키며 북한으로 송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건은 탈북자 가운데는 요행히 현지인들과 결혼해 숨어사는 경우도 있지만 불안과 공포에 떨다가 결국 정체가 드러나 체포된 뒤 송환되고 있다고 선전했다.

문건은 이어 '도주자들의 비참한 운명'이라는 소제목아래 한국이나 해외 언론에 실린 것이라며 기사내용을 발췌해 소개하는 형식을 빌려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례로 '신동아' 2001년 8월호에 실린 탈북자 김원식의 인터뷰 기사라며 소개한 내용에서는 "(김원식이) 정보원 취조관들의 각목에 얻어맞아 골수염이 앓게 되면서 다리를 절단하였다고 울분에 차서 말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동아' 2001년 8월호에는 그런 기사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건은 탈북자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특히 탈북하기 전에 나타나는 심리적인 변화가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즉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과 가장집물(가재도구)들을 팔거나 생활이 어렵다며 다른 친척집에 가겠다는 자들, 운수수단에 많은 돈을 뿌리는 자, 국경지역에 타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는 자가 대부분 탈북을 기도하려는 자라는 것이다.

문건은 조금이라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의심되는 자가 있으면 지체 없이 보위부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건은 또 오랫동안 행처(行處)가 불명확해진 자들 속에 도주자, 비법월경자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친척방문, 신병치료, 직장이동 등의 구실을 대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사람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오랫동안 집을 떠나 행처가 불분명해진 사람들도 적극 찾아봐야 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한 투쟁을 강화해 너절한 배신행위로 인민의 존엄을 더럽히고 나라망신을 시키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자고 문건은 덧붙였다.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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