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이 지난 7일 이뤄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의 면담 당시 공개되지 않은 발언내용을 29일 소개했다.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노 대통령과 토플러 박사의 첫 화제는 과학기술의 변화와 정부 대응의 속도차였다. 그 사례로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이 올랐다.

먼저 토플러 박사는 “허리케인은 이미 정확히 예고됐는 데도 그 중요성을 간과해 혹독한 결과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뉴올리언스의 경우와 다르겠지만 해수부 장관 시절 방파제를 만드는데 현재 50년에 한번 오는 정도의 큰 파도를 기준으로 설계하는데, ‘100년 주기로 해보자’고 하니 비용이 5배 이상 드는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토플러 박사는 “의회는 10년, 20년 앞을 내다보고 활동하고 대통령은 50년을 내다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 방식이 있다”며 “30년 앞을 내다본다면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느냐”며 화제를 돌렸다.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유럽연합(EU)에서의 가까운 나라간 협력관계 만큼 간다면 정치,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정되고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미래에 대한 상징적 희망으로 ‘통일’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그것을 정치학적으로 엄격하게 이해하게 되면 굉장히 큰 혼란이 발생하게 돼 ‘통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매우 곤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는 통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방식, 체제 문제 등 통일과 관련한 현실적 과제가 산적한 데다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애로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노 대통령과 토플러 박사는 정부의 권위, 연예인 아널드 슈왈츠제네거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당선을 비롯한 전세계적 리더십의 위기 등을 주제로 예정시간인 30분을 넘겨 5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예정됐던 ‘추석 귀향메시지’ 녹음도 미뤄가며 이뤄진 면담이었으나 노 대통령은 “시간이 있었으면...더 대화를 할 수가 없네요”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토플러 박사가 대화록을 제공받기를 원해 청와대는 이를 제공했다고 ‘청와대 브리핑’이 전했다.

한편 이날 노 대통령과 토플러 박사의 대화 내용은 ‘청와대 브리핑’의 새로운 코너인 ‘클릭@노무현’에 실렸다. 앞으로 이 코너에서는 대통령의 관심과 구상, 일하는 모습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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