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ㆍ시장개척-자본ㆍ기술 협력’ 무한한 가능성

“한반도 안보 및 통일 문제라는 정치적 측면과 풍부한 자원과 무한한 시장진출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 협력의 틀은 구축됐다.”

30일로 수교 15주년을 맞는 한-러시아 관계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평가다.

이 당국자는 특히 북핵문제 해결 등을 통한 한반도 안보와 미래 통일국가로의 여정에 있어 러시아의 중요성은 갈수록 증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 6공화국 북방정책의 산물로 당시 소련(러시아)과 수교를 맺은 이후 소련의 해체 및 공산주의의 붕괴와 맞물려 한.러관계는 꾸준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작년 9월과 올 5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러시아를 공식방문하면서 양국 관계는 한차원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국 관계가 진전될 수 있었던 데는 정치 및 경제적 측면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대체적인 평가다.

우선 러시아는 공산주의 붕괴로 자본주의가 급속히 유입되면서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이 필요했고 우리나라는 러시아를 방대한 처녀림과 무한한 부존자원을 보유한 ‘기회의 땅’으로 인식, 상호보완적 협력 가능성이 무궁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석유와 가스 등 부존자원이다. 이와 함께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 수출하는 우리 무역의 특성상 러시아는 너무나도 중요한 시장이자 교역 파트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작년 60억 달러를 갓넘긴 초라한 교역 실적에다 우리 기업의 진출 역시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수교한 중국과의 작년 교역액은 1천억달러에 육박했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러시아가 기회의 땅임에는 분명하지만 러시아 내부의 제도 및 법치주의의 정비가 우선되어야 이 같은 기회는 더 빨리 올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지시전달체계 미흡도 하나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5년간 러시아와의 관계개선 속에서 우리 정부가 가장 골머리를 앓은 것은 22억4천만달러에 달하는 차관(이자포함) 문제였지만 2003년 일부를 탕감한 15억8천만달러를 러시아가 23년에 걸쳐 갚기로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됐다.

러시아가 갖는 중요성의 또 다른 큰 축은 동북아에서의 정치안보적 측면이다.

정부 당국자는 “궁극적으로 러시아는 한반도 안보 및 통일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나라”라고 단언하고 지난 19일 타결된 북핵 6자회담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러시아의 ‘숨은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북핵문제를 6자라는 틀속에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러시아의 기본입장은 제껴두고라도 북한입장에서 피상적으로나마 ‘한미일-북중러’ 구도에 대한 수적ㆍ심리적 균형을 느꼈으리라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북한은 중국이 한국입장에 경도되어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존재가 없었으면 6자회담이 지지부진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의 틀이 4자회담에서 6자회담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 역시 러시아가 참여했고 북한이 이에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이 당국자는 ‘6자회담에서 러시아가 안보인다’는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는 냉전종식 이후에도 대북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등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일 초강국인 미국 역시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러시아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정치ㆍ경제적 측면에서 러시아의 필요성이 갈수록 증대됨에 따라 정치적 유대강화 및 시장 선점을 위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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