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긴급구호조정관이 23일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원조식량을 계속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북한은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유엔산하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들의 대북 구호지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면서 금년 말까지 국제기구 요원들이 북한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에겔란트 조정관은 “북한의 2250만 인구 중 7%가 기아상태이고 37%가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원조식량을 받지 않기로 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굶지 않도록, 어린이가 성장 장애를 겪지 않도록 식량원조를 받아들여 달라고 유엔이 호소해야 하는 나라가 세계에 북한 말고 또 있을까.

퀭한 눈에 비쩍 마른 몸의 북한 어린이들이 구호 식량으로 지은 밥을 먹고 있는 사진들이 지금도 북에서 전해지고 있다. 북한 정권 스스로 주민들에게 “고난의 행군을 다시 시작하자”며 식량 부족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국제기구들이 원조식량의 분배를 감독(모니터)하는 것이 싫어 아예 원조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WFP의 경우 100여명(외국인 40여명, 북한인 60여명)의 요원들이 북한 각지에서 작년에만 약 5200회의 각종 현장 모니터를 실시했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작년에 WFP(36만8000t)보다 더 많은 식량(40만t)을 지원하고도 모니터링은 배급소 책임자 이야기를 10여회 들은 것이 고작이다.

굶지 않을 권리,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을 권리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권리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스스로 주민들을 먹여 살리지도 못하면서 국제사회의 도움마저 막겠다는 것이다.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주민의 생존권마저 돌보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정치적·사회적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북한에선 생존권도 제대로 지켜질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울변호사회가 23일 북한 인권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기본권은 물론,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도 한국 사회가 취해야 할 기본 자세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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