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상황에 변호사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서울변호사회(회장 이준범·李俊範)는 2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창립 98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북한 인권문제 심포지엄’에서 “기아로 허덕이는 상황만을 전하는 감성적 접근으로는 북한 인권 개선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윤현(尹玄) 이사장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이른바 주류 인권 비정부기구(NGO)가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기를 주저해온 것은 동기가 무엇이건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토론은 3개 분과로 나뉘어 진행됐다.

◆북한 인권개선 어떻게 해야 하나

“공산당 간부들은 정치범 수용소에 있는 얼굴이 반반한 여자들을 성적(性的) 노리개로 삼은 후 비밀유지를 위해 ‘도주분자’로 몰아 비밀리에 죽인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허만호(許萬鎬) 교수가 ‘정치범 수용소와 다자간 접근을 중심으로 살펴본 북한인권의 현황과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밝힌 내용이다.

허 교수는 “북한의 인권문제는 구조적인 것으로, 자체 개선은 어려우므로 외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고 했다. 관련 국가들과 논의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최근 탈북자문제로 중국군 15만 명이 재배치됐다. 인권문제를 안보문제의 한 부분으로 간주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이금순(李琴順) 소장도 “이제는 절박한 생존형 탈북보다는 더 나은 생활환경을 찾아 자발적으로 이주하는 성격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탈북자 개인의 인권이 아니라 동북아지역 내 불법이주자 문제처럼 국가안보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高有煥)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유엔 등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대북지원과 관련한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경제적 지원이 북한 인권개선 활동과 연계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같았다.

두레교회 김진홍(金鎭洪) 목사는 북한을 도와야 한다면서도 “김정일 독재정권을 돕거나 단군 이래 최악의 독재자인 김정일 개인을 돕는 일은 타당치 않으므로 북한의 정권과 민중들을 분리해서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 인권개선 운동에 새 바람부나

지금까지 북한 인권문제는 일부 NGO들의 몫으로만 여겨져 왔다. 특히 변호사단체의 경우 그동안 국내 인권 문제가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전의 변호사단체 지도부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진보적 성향의 단체 출신들로 주로 구성됐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이번 심포지엄은 앞으로 변호사들의 움직임이 달라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이번 행사 자체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첫 사업이다.

또 서울변호사회는 소속 변호사 5000여명을 상대로 북한인권개선운동을 벌이는 후원금을 모금할 계획이다. 단순히 북한인권을 개선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더군다나 변호사들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로 볼 때 이들의 움직임을 예사롭게 볼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원석기자 yuwhan29@chosun.com
/신은진기자 momo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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