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민주평통의 정체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민주평통이 헌법에 명시된 설립 목적에 따라 대통령에게 평화통일 정책을 건의하는 자문기구라기보다는 지역 유지들의 친목조직, 어용단체, 관변단체로 전락했다며 '폐지론'까지 거론했다.

첫 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14대 국회에서 민주평통 폐지안이 제출됐던 점을 상기시킨 뒤 "미국 워싱턴의 경우 노사모 회원 10여 명이 대거 자문위원으로 임명돼 지역사회에서 큰 반발을 샀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은 2003~04년 민주평통이 어떤 형식으로든 대통령에게 건의한 경우는 59건에 불과하다며 "7월 출범한 제12기 자문위원 숫자는 11기보다 2천253명이 늘어난 1만7천193명인데 기본적인 직무조차 수행하지 못하는 자문위원의 숫자가 (오히려) 대폭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당장 자생적 기반 마련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지역유지들의 친목단체, 어용단체, 관변단체, 여당의 선거조직이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감에서 민주평통의 대북지원사업이 당초 설립 목적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면서 민주평통이 대북지원사업을 위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남북나눔공동체'의 활동 중단을 촉구했다.

같은 당 이성권(李成權) 의원은 "민주평통은 평화통일정책의 수립에 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고 통일부는 정책을 수립해 집행한다"면서 "민주평통이 자체적으로 대북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통일촉진기금을 설치해 운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통일부와의 업무중복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남북교류 사업을 지원하기보다는 차라리 통일연구원과 같은 전문연구기관으로 운영하는 것이 설립 목적에 부합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지난번 국감 때 혁신되지 않으면 해체돼야 한다고 했다"면서 민주평통 폐지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과감한 개혁을 통한 민주평통의 변화 가능성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열린우리당 한명숙(韓明淑) 의원은 군사정권시절 출범한 민주평통의 태생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해외 조직을 강화하고 국내 조직은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해 경량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일관성 있는 개혁을 촉구했다.

같은 당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조직개편과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6건에 불과했다면서 "하루 아침에 (특정 정당을 위한) 정치조직으로 돌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야당의 색깔론에 맞섰다.

김 의원은 "제4차 6자회담 타결 등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됨에 따라 민주평통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며 "향후 공정한 직원 채용과 관계기관과 협조강화 등을 통해 소극적이고 수동적 이미지에서 탈피해 달라"고 주문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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