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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오염, 환경부는 언제까지 방치할 것입니까?태안 이원 이서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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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15  13: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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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다사다중 업무 한 가운데 서 있는, 장관님을 비롯하여 귀 부서 모든 분들의 노고에 치하를 생략하는 저의 조급함에 드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실 줄 믿습니다.
 
저는 작년 11월부터 태안군 이원면 내리로 귀향해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집 옆 야산에 올라서면 곧바로, 기지개를 켜듯 길게 몸을 뉘고 물놀이에 여념 없는 가로림만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제가 태어나고 성장한 곳입니다.

그 고향 산해를 너무도 사모하였던 저는, 젊은이들 거의 떠나버린 가로림만 어촌에서 고스란히 젊은 날을 보냈었습니다. 또한 고향을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고향바다 가로림만에 대한 사모의 정을 소중히 여겨 종종 가로림만의 숨결을 찾아들며 살아왔습니다.

친애하는 환경 장관님, 환경부 공무원님들!

제 마음속 깊게 물들여져서 저의 삶을 채워온 가로림만에 대한 애정표현 따위는 구차하게 늘어놓지 않으렵니다. 지금까지 무수한 세월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들을 잉태하고 탄생시킨, 그 장엄하고 엄숙한 탄생과 성장의 소용돌이를 오롯이 감당해온 가로림만!

그 앞에 서면, 우리네 인간의 존재가 그 얼마나 보잘 것 없는 한갓 미물인가에 대하여서도 더 이상 변명(辨明)하지 않겠나이다. 다만 대한민국 환경부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가장 용기백배하게 결단을 내려야할 부분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하오니 제발, 지금부터 제가 아뢰는 내용에 대하여 잠시 잠깐, 도덕(道德)의 창문을 활짝 열어 경청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

저의 고향마을은 수십 년 전부터 굳이 관청에 허가를 내지 않고도 김 양식부터 시작해, 지금은 굴 양식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쪽 바다 한 귀퉁이는 언제부턴가 허가를 내어 바지락 양식을 하고 있는 곳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나머지는 대개가 무허가인 것에 대하여, 저는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안도하며 살아왔습니다. 왜냐하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에게 부여된 공동의 자산인 바다에 누군가 금을 긋고 지역을 할당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손하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자칫 관청에 허가를 내는 행위가 특정 누군가에겐 마치 바다의 소유권으로 인식되는, 그리하여 자신이 할당받은 바다에 대하여 재산권을 쥐고 있는 듯 오판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바다 곳곳에 어구들이 늘어져 있으면 저 같이 자연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에겐 통행도 불편하거니와 어업행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줄어들어 버립니다. 더구나 무수히 설치된 어구들과, 효용가치가 이미 떨어진지 오래된 어구들의 방치로 바다 생태계가 지대하게 악영향을 받고 있는 현장 볼 때마다! 우리 인간에게 끊임없이 쉼 없이 보물들은 안겨주는 바다, 그 바다의 신음소리가 귓전에 메아리쳐 와도 단지 고향마을사람, 이웃사촌이란 이유 하나로. 이웃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지금껏 숨죽이며 지내왔습니다. 
 
   
 

한 달 전쯤의 일입니다. 평소의 습관대로 펄에 들어가 바지락을 캐고 있었고, 얼마가 지나자 거친 사내의 음성이 부서졌습니다. 물론 그 때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여러 번 경험했으며, 한 번은 말다툼 비슷하게 언성을 높인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바다 곳곳에 말뚝을 박아 줄과 그물로 출입을 통제한다는 표시를 제가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거, 여기는 우리들 양식장여. 우리가 종패도 뿌렸구, 허가두 내서 세금도 내고 있어? 캐지 말라하면 하지 말아야지!” 이번엔 상대가 남성인데다가 바로 옆집 사람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을의 선배 되시는 분입니다. 직접 목격한 적은 없지만, 가로림조력댐 촉구 집회나 모임이 있을 때마다 무척 인상적인 모션을 취하며 대단히 적극적이란 얘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그의 말과는 달리 그곳은 허가를 낸 적 없고, 종패도 뿌리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들은 자기네들의 ‘것’이라고 표시해둔, 그 이외의 지역에서 봄과 여름 내내 전문가적 솜씨로 씨를 말리려고 작정한 듯이 바지락을 채취해왔습니다. 기껏해야 양념으로 쓸 정도의 양을 채취하는 저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요. 무 양심천지가 따로 있겠습니까?
 
“제가 불법을 저지른 거 라면요, 저를 고발하세요! 경찰서에서 법정에서, 저 할 말 무지하게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저는요, 2009년 7월부터 지금까지. 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고 내 돈 쓰면서, 이 바다 막지 못하게 노력해온 사람입니다? 저한테 바다 출입하지 말라고, 그렇게 지시하신 분 제 앞으로 모셔오세요?”
 
젊은 시절 제가 고향에 머무르던 때와는 다르게 바지락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아마도 몇 년 전, 마을 사람 한 분과 외지인이 합작으로 이곳 펄에 수천만 원 대의 종패를 뿌렸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역시도 무허가였는데, 마을어촌계 사람들이 그 바지락어장을 강제로 빼앗았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어촌계원이 아닌 사람이 어촌계 허락 없이 종패를 뿌렸기 때문이었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가로림 조력이 추진되면서 마을 사람들, 바다 여기저기에 일종의 자기 영역표시로써 갖가지 어구들을 설치하는 붐이 일어났었습니다.

귀향한지 십여 년 된 누군가는 근처에 통발 하나 설치했다가는 기겁하는 일도 벌어졌다 했습니다. 마을지도자이며 어촌계원인 어떤 분의 “남의 밥그릇에 숟가락 꽂는 짓을 한다!”는 말과 더불어 그 험악함에 즉각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또한 수십 년 지기 배꼽친구 사이가 뭐하나 결정 된 바 없는, 미래에 다가올 가로림만 개발 보상금의 꿈으로 인해 소원해져 얼굴마저도 외면하고 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10 년을 살았건 20 년을 살았건, 더 이상 어촌계원 가입이 불가능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촌계원이 늘어나면 날수록, 그 숫자만큼 개발보상금이 쪼개지기 때문이랍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바다를 쓰레기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인식하기에 이른 계기는 아마도 삼성의 태안앞바다 기름유출사건이 아닐까 합니다. 제게 있어 가로림만 개발문제가 섬뜩하게 체감된 순간과도 일치합니다.

기름유출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을 방문해 보니 ‘어차피 오염된 바다, 조력발전소도 짓고 관광단지로 개발도 해야 한다’는 말들이 들려왔습니다. 어떻게든 어떠한 방법으로든 가로림만을 대기업에게 바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쪽에서 퍼뜨리는 말들이었겠지만. 마을 사람들은 덩달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아니 오히려 너무도 당당하게!
 
바다에서 사용하는 어구나 소모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틈만 나면 마을 사람들은 집에서 발생하는 온갖 쓰레기들을 부러 바다로 가져다 소각하거나 매립합니다. 생활용품과 가구는 물론이고 온갖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일상화된 자동차를 이용해서 바다에 내다 버리지 않는 게 없고 태우지 못할 게 하나도 없는 겁니다.
 
또 하나, 그물을 설치할 때 해안선 위쪽까지 설치하여 사람들의 통행을 막는 행위 역시도 삼성의 기름유출 사건이 터진 시기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 마디로 ‘여긴 내 땅이니, 출입을 삼가라’는 암묵적 선전포고를 일삼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들이 지금의, 가로림만 조력발전소가 들어서기를 앙망하는 어촌마을 풍경입니다.

친애하는 환경 장관님, 환경부 공무원님들!

지금 가로림만 지역에서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게 무엇인지, 눈치 채셨는지요?!

회상하건대 제가 가로림만 조력발전 문제에 직접 개입하게 된 건 2009년도 8월이었습니다. 휴식을 위해 고향을 찾았다가, 참담한 심정이 되어 태안군청과 충남도청 게시판과 민원란에 세 종류로 나뉜 장문의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로림만의 품이 그리워 찾은 고향마을, 누구 한사람도 조력발전소 건설에 이의를 갖고 있지 않은 현실과 대면하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약간의 마찰이 있다면 단지, 수십 년 전부터 줄기차게 가로림만 개발을 추진해온 쪽의 ‘무조건 찬성’과, 기왕이면 ‘제대로 보상 받자’쪽이 경쟁적으로 각각 위임장을 접수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친애하는 환경 장관님, 그리고 환경부 공무원님들!

   
 

다시 한 번 청원하는 바, 대한민국 환경부는 환경오염보다 인간 마음의 오염을 더 심도 있게 고려하고 염려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대기업재벌과 그들 기업에서 떡고물 깨나 주워 먹은 정치꾼들, 그들의 낚시 밥에 걸려든 어촌사람들의 마음!
 
부유한 자 가난한 자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세금을 바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국민이 길을 잃고 어둠속을 방황할 때,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으로 진심을 다해 진정을 다해 주인(국민)을 모시고 빛 가까이로 나아가는 게 공직에 계신 공무원의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환경부’라는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가로림만 입구에 방조제를 쌓아 댐을 만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수문 구멍 몇 개로 물이 드나들면 가로림만, 지금까지와 다름없이 무수한 생명들이 탄생되어 살아 날뛸까요? 흐르는 강에 공구리를 치고 보를 설치하면 수질정화에 홍수예방 가뭄까지 해결된다던. 그 사대강에 고여있는 물, 지금 안전하게 잘 있답디까?! 잘 알고 계시다시피, 물의 흐름을 막으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기초상식이 아니겠습니까? 강바닥에 모래를 제거하면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을 환경부는 당연히 알고 계셨겠지요?! 
 
친애하는 환경 장관님, 그리고 환경부 공무원님들!
 
지금 충청남도 내에 전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충청권전체를 공급하고도 남아돌아 수도권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수도권과 대기업에 전기가 더 필요하다면, 필요한 지역과 위치에 발전소를 건설하면 될 것입니다.
 
조력댐과 더불어 들어온다는 골프장이나 호텔 등의 위락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지만, 그러나 세상 사람들 모두의 소유였던 가로림만을 공짜로 넘겨받게 되는 대기업. 그 대기업들의 사업장(골프장, 호텔, 위락시설 등등)은 가로림만 주민들에게 기껏해야 싸구려 비정규직 일자리 몇 개를 놓고 이웃 간에 서로 경계 경쟁하는 일밖에 더 일어나겠습니까?!
 
다시 한 번 간청합니다. 지금 가로림만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도 덜도 아닌 ‘가로림만 같은 마음’입니다. 그 온유하면서도 치열하게, 존귀하고 신비로운 생명의 바다 가로림만 같은 자세 말입니다.
 
지금 가로림만 지역에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인간성 회복입니다. 인간이 망쳐놓은 인간의 마음, 가로림만을 통해서 치유할 때입니다. 생명잉태와 탄생과 활동의 장으로써 가로림만이 우리 인류에게, 그리고 세상 모든 생명들에게 그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가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일, 바로 환경부에서 실행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탐욕이 파괴해 놓은 마음, 그 마음 가로림만의 가치로써 되찾게 하셔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일을 해야 하고, 할 수 밖에 없으며, 온전하게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환경부’가 아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2014년 9월 15일 이순의(서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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