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북핵 6자회담 타결에 따라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협상 재개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우정민영화법 통과 후 ’대북 국교정상화’를 국정 최대과제로 내걸고 3번째 방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19일 기자회견에서 “(국교정상화가) 전에는 일본과 북한 두 나라간 약속이었으나 6자회담을 통해 다국 사이에 합의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이는 북핵 타결 공동성명에서 북.일 국교정상화 목표가 재확인된 사실을 지칭한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하루빨리 국교정상화 협상을 재개한다는 방침 은 확고하다. 고이즈미 총리가 “기한을 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임기 중 정상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총선거 압승을 계기로 국교정상화를 향후 최대 국정과제로 올려 임기 내 정상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상화 추진을 위해 내년 9월 끝나는 당 총재직 임기를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도쿄신문은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6자회담에서 북한이 보여준 적극적인 대일협상 자세 때문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의 적극적 태도로 북한과 일본은 회담기간 5차례에 걸쳐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북한으로서는 향후 대미 설득을 통해 경수로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불가피한 입장이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때문에 국교정상화의 전망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교정상화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일본인 납치문제이다. 지난해 3차례 열렸던 양국간 실무협상에서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이 진위논란을 빚은 뒤 양국의 협상은 중단된 상태이다. 북.일 평양선언 3주년인 지난 17일 평양방송은 “일본이 이미 해결된 납치문제를 꺼내 적대시하는 움직임에 광분하고 있다”고 비난,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국교정상화 협상의 북한 대표단에 납치문제 관련 담당자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이러한 요구에 응할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만약 일본인 납치문제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일본 외 6자회담 참가국들이 대북 에너지지원에 착수할 경우 일본 정부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0일 지적했다. 납치문제 해결은 완전 답보상태에 빠지고 납치피해자 가족을 비롯한 여론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 역시 대북지원에 나서라는 외부의 압력을 견디히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이번 (6자회담) 합의를 토대로 한발짝씩 진전해야 한다”며 “북한은 우선 현재 가동중인 핵시설을 빨리 중단하고 일본인 납치문제를 포함한 핵과 미사일을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장을 재개해야한다”며 북.일 국교정상화회담의 조기재개를 촉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에서 6자회담 타결로 “1보 진전은 있었으나 중요한 문제는 유보된 상태”라며 북핵 폐기가 실현되는 길은 아직 험난하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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