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제4차 6자회담이 극적 타결을 이루자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19일 한결같이 미국측 협상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소식통들은 힐 차관보가 코소보 사태 당시인 지난 1999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을 만나 담판에 성공했던 경험을 되살려 6자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힐 차관보는 그 이후로 ’협상의 귀재’라는 별명이 붙었다.

워싱턴 정가 소식지인 ’넬슨 리포트’의 발행인인 크리스토퍼 넬슨은 지난 주 회담 성과를 점치기 어려웠을 당시에도 힐 차관보의 ’유머러스한’ 협상 방식 때문에 회담 성공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었다.

넬슨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협상에 보다 많은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미 행정부내 강경파들로 부터 허가를 받은 상태인데다, 힐 차관보의 외교적 기교가 낙관론에 힘을 얻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힐은 북한 대표들이 회담장에서 떠나갈 구실을 주지 않으면서, 유머러스하고 기분 좋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실 국무부 주변 일부 소식통들은 지난 주 북한이 ’선(先)경수로’, ’후(後)핵폐기’주장을 고집하면서 회담이 난관에 부딪치자 “힐 차관보가 북한에 ’유연성’을 갖고 대처할 수 있다고 빌미를 준 것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고 지적, 힐 차관보의 입지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했었다.

즉, 이들은 힐 차관보가 ’유연성’을 내세워 북한이 과도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으며, 이때문에 미 행정부내 강경파들로 부터도 비판을 받는 입장에 처한 것으로 분석했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이번 6자회담의 타결로 “유럽 전문가여서 북한과의 협상 방법을 모를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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