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패러다임의 대전환.'

그동안 남북관계를 짓눌러온 북핵문제가 제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함에 따라 새로운 단계로 도약이 가능하게 됐다.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가 불거지면서 제2차 핵위기가 발생하고 남북관계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만을 되풀이 해왔다.

남북 간 총괄 회담체인 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 내용이 늘 이산가족문제, 남북간 교류.협력문제 등으로만 채워진 것도 핵문제라는 수렁 속에서 허덕거리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했다.

여기에다 북핵문제로 인한 대북여론 악화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아 왔다.

실례로 2002년 시행되던 금강산 관광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은 야당 등의 반발 속에서 2003년 정부예산에서는 전액 삭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고 '북핵 해결 이후 재개'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따라서 이번 6자회담 공동성명은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가능케 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선 그동안 남북간 교류.협력에만 집중되던 남북 간 협의는 그 범위를 평화문제로까지 넓혀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16차 장관급회담에 참가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한반도 평화정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로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핵문제가 해결되면 남북 간의 논의를 평화문제로 옮겨 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평화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대화채널은 군사당국 간 회담과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다룰 국제적 논의틀인 남.북.중.미의 `4자포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채널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해 군축을 비롯한 남북한 간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이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정동영 장관은 19일 "공동성명 채택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시발점"이라며 " 북핵문제가 냉전구조의 핵심이었던 만큼 이 장애물이 걷어져 한반도가 냉전에서 벗어나 평화회담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남북간에 획기적 군사긴장 완화로 이어질 길도 터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이 6자회담에서 남한에 대한 핵우산 철폐를 요구하고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및 군사훈련 등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화회담 채널은 이같은 북측의 불만까지 포괄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남북간의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도 급물살을 타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이 16차 장관급회담에서 남북 간 투자장벽 철폐와 '유무상통'에 기초한 경제협력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경협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간 경협은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에다 현대그룹이 보유한 대북 7대사업권, 새로운 관광사업, 광산개발사업 등 영역과 폭도 넓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6.15 5주년 행사와 8.15 민족대축전으로 촉발된 남북한 사회문화교류의 진전은 이번 공동성명으로 남북한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면서 동질성 회복의 장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6.17 면담 이후 북한이 제2의 6.15시대를 거론하고 있는 만큼 교류협력은 더욱 가속될 것"이라며 "핵문제가 해소되면서 전국민적 호응도 기대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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