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은 북.미관계 정상화 협의를 못박았지만 앞으로 이를 어떻게 실천으로 옮기느냐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미 양국은 1993년 1차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10여년동안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관계정상화를 위한 공동성명, 공동코뮈니케 등을 수 차례 채택했지만 휴지조각에 그치고 말았다.

양국은 1993년 3월 북한의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1차 핵위기가 불거진 후 3개월만인 6월11일 '조.미공동성명'을 발표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 사용 및 위협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자주권 존중 및 내정간섭을 하지 않으며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이 성명의 원칙은 이듬해 8월12일 채택된 '조.미 합의성명'에 되풀이됐으며, 같은해 10월21일 채택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은 양국관계 개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기본합의문 2조는 합의 3개월내 통신.금융거래 및 무역.투자제한 완화,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 개설, 상호 관심사에 대한 진전이 이뤄짐에 따라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하는 내용 등 북.미간 정치.경제관계의 완전 정상화문제를 담았다.

그러나 기본합의문 후속 의정서의 합의가 미뤄지고 1998년 북한의 미사일 실험, 금창리 핵의혹 시설 등이 불거지면서 북.미 관계정상화는 한발짝도 내딛지 못했다.

특히 여소야대 국면에 처한 당시 클린턴 행정부의 정치적 한계 상황도 북한과 관계정상화 협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화해무드가 고조되는 가운데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그해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면서 다시한번 관계정상화에 나섰고 양국은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하는 '조.미 공동코뮈니케'를 발표했다.

코뮈니케는 양국관계 개선이 국가 관계에서 자연스러운 목표로 되고 21세기에 두 나라에 다같이 이익이 되는 동시에 한반도와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전도 보장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쌍무관계에서 새로운 방향을 취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했다.

그 '첫 중대조치'로 양국은 그 어느 정부도 상대방에 대해 적대적 의사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앞으로 과거의 적대감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공약을 확언했다.

이어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하고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추진을 협의하는 데까지 이르렀지만 2002년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모든 것은 '전 행정부 때의 일'로 외면받고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부시 행정부 등장과 더불어 2002년 10월 불거진 2차 핵위기로 양국은 서로를 '악의 축'과 '악의 제국', '폭정의 전초기지'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최대의 폭정국가'로 비난전을 벌이면서 최악의 대립관계로 치달았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 보유 이유를 미국의 핵위협에 따른 '자위적 핵억제력'이라고 주장하면서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6.17면담에서 "클린턴 대통령 때부터 미국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있고, 우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북한은 4차 회담을 앞두고 북.미관계 정상화가 핵문제 해결의 관건임을 강조했다.

결국 수차례의 북.미접촉 등 양국 공동의 노력으로 마침내 4차 6자회담을 통해 북.미관계에서 유엔헌장의 원칙과 목적을 준수하고 "상호주권을 존중하기로 승낙하고 상호 평화적으로 공존하며...그들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함"으로양국관계 정상화는 다시 희망의 빛을 보게 된 셈이다.

좌절을 거듭해온 북.미 관계정상화가 이번 4차 회담을 계기로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관계정상화 협의과정에서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와 미사일 등 핵을 제외한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를 원하고 있어 실제 정상화에 도달하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실장은 "이번 회담은 전체적으로 북.미간에 주고받기를 통해 윈윈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그 속에는 북한의 큰 결단이 있다"며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한 것은 중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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