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여자 57㎏급 결승에서 독일의 이본 보에니쉬를 경기 시작 1분도 채 안돼 허벅다리걸기 한판으로 꺾으며 우승./연합자료사진

“계순희 선수가 3중 세계여자유술(유도)선수권을 보유했다는 소식을 접한 무산광산연합기업소(함경북도) 운광사업소에서 수송 투쟁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리고 있다.”(9월13일.조선중앙TV))

세계 여자 유도 3연패를 달성한 계순희에 대한 북한 사회의 환영 분위기가 ‘계순희 따라 배우기’ 운동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는 데 단연 앞장서고 있는 곳은 북한 언론매체.

노동신문은 추석 아침 발행된 18일자 3-4면에 걸쳐 계순희의 귀환 소식을 전하고 전날 평양 시민 수십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환영 카퍼레이드 행사를 비중있게 다뤘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계순희의 귀환.환영 행사 소식을 전하면서 이례적으로 7천자가 넘는 장문의 기사를 타전하고 “10월의 경축 광장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선군조선에 또 하나의 경사가 났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이 11일 계순희의 3연패 소식을 첫 보도한 후 계순희 못지 않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물은 다름 아닌 어머니 손도숙씨였다.

손씨는 12일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딸의 금메달 소식을 듣고 격정의 눈물을 얼마나 쏟았는지 모른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3일에는 조선중앙TV에 출연, “딸이 훈련에만 열중하느라 극장이나 놀이공원에도 찾아간 적이 없었다”며 계순희의 우승이 오랜 땀과 연습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조선중앙방송은 13일 계순희의 3연패 소식을 접한 평안남도 신양군의 비류강12호발전소 근무자들의 반응을 소개, “계순희처럼 조국의 부강에 높은 성과로 이바지할 마음으로 가슴을 불태우며 전력생산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음악대학 신축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민경비대 군관(장교) 리일후는 12일 중앙방송에 나와 “계순희의 자랑찬 승리를 커다란 힘과 용기로 받아안고 겹쌓인 난관을 대담하게 뚫고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비단 근로자들 뿐 아니라 체육선수들도 계순희를 본받아 훈련에 더욱 매진, 좋은 성적으로 올릴 것을 결의했다.

평안남도 체육단의 여자 권투선수 황향금은 15일 중앙방송에서 나와 “계순희처럼 훈련에서 더 많은 땀을 흘려 모든 선수를 단매에 쓰러뜨리는 무쇠주먹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중앙방송은 13일 계순희와 함께 이번 대회 여자 52㎏급에서 동메달을 딴 안신애를 배출한 평양 모란봉체육단을 찾아가 “제2, 제3의 계순희를 배출하겠다”는 선수단의 각오를 전했다.

북한 언론매체의 이같은 여론몰이는 다음달 10일로 60돌을 맞는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계순희의 3연패 소식은 당창건 60돌을 앞두고 크게 부각받을만한 성과물이 없던 북한당국에 있어서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는데 더없이 좋은 이슈가 된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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