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에 왜 제국주의자들의 조미료를 치느냐"

태국의 일간 영자지 네이션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태국 기자들이 "일본의 아지노모도를 음식에 넣느냐"고 묻자 북한 관리로부터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네이션은 17일 "김(Kim)의 왕국"이라는 제목으로 자사 수파락 칸차나쿤디 기자의 평양 방문기를 실었다.

다음은 수파락 기자의 방문기 요약.

외국의 공항에 도착하면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짐과 여권 등을 잘 챙기라고 말해주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마약밀매범 단속 법규가 엄격하다든지 등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건네주기도 한다.

그러나 평양에 도착하면 조금 다르다. 승무원들은 북한이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주석에 의해 창건됐고 지금은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영도하에 있다고 말해준다.

그 이외에는 허가 없이 어떤 일을 하다가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경고조차 해주지 않는다.

비행기가 멈추더라도 서둘러 내릴 필요가 없다. 평양 공항에는 짐을 찾는 컨베이어 벨트가 한 곳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국 심사대에서 자칫 보건ㆍ통관 신고 관련 서식에 중요한 내용들을 써넣어야 한다는 것을 깜빡할 수도 있으므로 어쨌든 서두르지 않는 게 좋다.

북한에서 휴대폰은 금기시돼 있다. 작년 5월 국경 지역에서 김정일이 그곳을 떠난 지 몇 시간만에 발생한 열차 폭발 이후 휴대폰 사용이 금지됐다. 휴대폰 조종으로 폭탄이 터진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휴대폰을 갖고 북한에 온 방문객들은 현지 관리들에게 맡기거나 숨기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관리들에게 맡길 경우 북한을 떠날 때 해당 관리가 비번이면 되찾지 못하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 휴대폰을 숨기고 있다가 들통나면 압수당한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카메라에 대한 규제는 없으나 사진을 찍을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없도록 돼 있는 목록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을 어기면 카메라 필름을 압수당하게 된다. 그렇다고 카메라를 낚아채가는 사람들에게 왜 그러느냐고 굳이 묻지 않는게 좋다. 그들은 한국말로만 말하고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

방문객들의 말로는 그들 중 어떤 카메라들은 디지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카메라를 뺏기지 않으려고 하면 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잘 벗어나려면 카메라에 들어있는 무엇인가를 건네주는 게 최선이다. 카메라의 건전지가 최선의 선택이다.

북한 외무성의 한 관리는 사진 촬영을 하고 싶으면 당국이나 사진이 찍히는 사람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허가 없이 찍다가 문제가 생기면 "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니 제발 우리의 법규를 숙지해달라"고 당부했다.

평양은 지금 정권 창건 60주년 축하 행사를 갖고 있다. 한 북한 관리는 원자로를 보유하려는 북한의 야심을 저지하려 한다며 미국이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금 우리의 큰 문제는 원자력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전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발전용 석탄이 충분치 않고 수력발전을 할 수 있는 큰 강도 없다. 그러나 우라늄이 있기 때문에 원자력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북한 관리 몇 명과 태국 기자들이 저녁 식사를 함께 할 때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도' 이야기가 나오면서 좋았던 분위기가 깨질 뻔 했다.

기자 중 누군가 한식에도 아지노모도를 사용하느냐고 묻자 북한 관리는 "아지노모도가 뭐냐"고 되물었다.

기자가 "일본 조미료"라고 대답하자 "왜 그런 질문을 하는 지 이해가 안간다.우리 음식에 그런 제국주의적인 것이 필요할 것 같냐. 한식은 이미 `최고'"라며 전통 `김치'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조류독감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도 예방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방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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