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 중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후 북측 대표인 권호웅(왼쪽) 내각책임참사와 함께 묘향산에 있는 국제친선전람관 관람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16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 중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은 15일 현대그룹과 북한이 갈등을 겪고 있는 금강산관광 문제에 대해 북측과 협의한 후 기자들을 만났다.

정 장관은 금강산관광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측 발언을 전하면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북한 이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의 만남을 주선한 사실을 공개했다.

정 장관에 따르면, 북한은 금강산관광에 대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북과 어렵게 개척한 사업으로, 그 과정에서 김윤규 부회장의 공로가 컸다”며 “현대 내부 문제로 사업 차질을 빚은 데 매우 실망했으며 현대의 사업의지마저 의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자신과 현대 현정은 회장과의 만남과 관련 “현대로부터 김정일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장관급회담 수석대표인 내가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 전달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그러나 “내가 현 회장에게 김 부회장의 복귀를 타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북의 발언은) 앞으로 금강산사업을 현대와 계속하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그게 상식 아니겠느냐”고도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와 같은 차로 4시간 동안 평양~묘향산을 오가며 환담했다.

정 장관이 권 단장만 아니라 2003년 김용순 비서 사망 이후 대남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임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을 지난 14일 만나 금강산관광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 일행은 이날 고(故)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해외로부터 받은 선물을 전시한 묘향산 내 국제친선전람관을 관람했다.

고 김일성 주석의 밀랍상을 보고 권호웅 단장 등 북측 관계자들은 잠시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했지만, 정 장관 등 남측 대표단은 별다른 표정없이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한편 미국에 체류 중인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민주평통 간담회에 민주평통 부의장 자격으로 참석, “앞으로 계속 대북사업을 하겠으며, 대북사업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북쪽과 연결시켜주겠다”고 말했다.

이는 김 부회장이 현대아산과는 별개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돼 파장이 예상된다. 현대그룹은 이날 김 부회장 발언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부회장은 “다만 내가 단독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조형래기자 hr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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