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전 현정은 회장 만나 금강산관광문제 논의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은 지난 1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만나 금강산관광 정상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소식통은 14일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현대아산 김윤규 부회장 복귀 문제를 논의했으나 서로 현격한 견해차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는 정 장관이 김 부회장의 복귀를 요청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 회장은 정 장관을 만난 다음 날인 12일 현대아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 부회장을 비리 문제로 인사조치했다. 읍참마속의 결단’이라고, 김 부회장의 복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관련 소식통은 “현 회장은 당시 남북장관급회담으로 평양을 방문하게 되어있는 정 장관에게 금강산관광 정상화를 촉구하는 자신의 친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정 장관은 그러나 친서 전달은 물론 현대와 북한 간 실무접촉 주선에도 실무적 어려움을 들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남북장관급회담 참석차 평양에 머물고 있어 사실 확인을 위한 통화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날 정 장관은 평양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회장과의 만남을 확인하면서 “어떻게 하면 한발씩 양보해 정부가 중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알아보려) 현 회장을 만났으나 현 회장이 다음날 인터넷으로 공개 천명해 정부의 중재 여지가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 사업은 정부의 희생과 지원이 있었고 국민 세금이 들어간 사업으로 (북측과) 협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8·15 서울 행사 때 정부가 현대와 북측 간 직접 대화를 주선했다”며 “그때 직접 대화가 별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도 했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3월 개성관광 사업 협의를 위한 롯데관광과 북한측 접촉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현대그룹의 관광사업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개성시범관광은 현대아산이 사업자 권한을 갖고 있지만 롯데관광이든 어디든 사업승인을 받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조형래기자 hr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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