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장관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김윤규 부회장의 퇴진을 이유로 현대아산과 북측이 대립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적극 중재의사를 밝힘에 따라 그 결과가 주목된다.

그동안 물밑에서 북측과 현대측을 설득해온 정부가 공식으로 중재의사를 밝힌 것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가진 상징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옥동자’로 불릴 정도로 남북화해시대의 상징이었던 만큼 이 사업에 더 이상 흠집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판단했음직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동영 장관을 만나 “남북화해와 경제협력의 상징”이라며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금강산 관광사업이 남북경제협력사업의 모델이라는 점에서 향후 원활한 대북투자를 위해서도 정부가 더 이상 현대와 북측의 마찰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대북사업이 ’밑지는 장사’로만 여겨지다가 남북관계 진전과 함께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의 차질은 전반적인 대북 투자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성공단사업이 시범단지 조성사업을 거쳐 본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인 만큼 이번 사건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 여부가 앞으로 국내 기업의 대북 진출의 폭을 결정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사업은 사업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라도 방치할 수 없다”며 “민간사업이지만 남북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중재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남측 대표단은 공식 의제로 이 문제를 거론하기 보다는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북측에 사업 정상화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에 의해 이뤄지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당사자 해결 원칙에 따라 직접적인 중재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사업이라는 것이다.

엄격히 말해 정부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직접 지원한 금액은 작년 금강산 관광지구내 도로 신규 13.4㎞구간과 도로보수 7.5㎞구간 포장 비용 27억2천만원과 2002년 4월부터 12월까지 실시된 관광경비 지원금 216억원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대아산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던 2001년 한국관광공사를 사업에 참여토록 하고 이를 통해 남북협력기금 900억원을 대출했으며 작년말부터는 금강산체험학습지원 명목으로 40억원을 남북협력기금과 교육부 특별교부금에서 지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대가 사업이 어려울 때는 정부에 손을 벌리다가 이제 사정이 좀 나아지면서 정부의 조언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4일 현정은 회장과 면담사실을 공개하면서 “다음날 인터넷을 통해 입장을 천명하면서 정부의 조정.중재 여지가 줄어들었다”고 우회적으로 현 회장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평양=공동취재단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