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적자 2500억… 작년만 겨우 7억 순익
사업독점권 확보했지만 강제 구속력 없어


현대그룹은 지난 1998년 금강산 사업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대략 10억5300만달러(약 1조530억원)를 대북 투자에 쏟아 부었다.

우선 금강산 관광 대가로 북한에 4억달러를 지급했다. 현대는 당초 9억40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4억달러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관광객 1인당 30~70달러씩 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철도와 통신 등 사회간접사업을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5억달러를 줬다. 또 금강산 육로 관광을 위한 도로 개통과 항만시설, 온천장, 각종 숙박시설 건립을 위해 추가로 1억5300만달러를 투자했다.

현대는 이 대가로 금강산, 개성, 백두산 등 주요 명승지에 대한 50년간의 토지 이용권을 독점적으로 확보했다.

따라서 북쪽에서 개성 관광의 파트너를 바꾸거나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한다고 해도 적어도 법적으로는 현대에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금강산 온정각·옥류관, 현재 건립 중인 골프장 등 금강산 관광지 내 주요 시설도 마찬가지다. 계약상 현대 아산이 독점권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계약상 권리를 북쪽에 강제할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도 “법적으로는 우리가 따질 수 있지만, 문제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대 대북사업의 성과는 참담할 정도다. 현대아산은 지난 6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작년에야 겨우 7억원의 이익을 냈다.

지금 상황에서는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는 시점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실정이다. 현정은 회장이 ‘북쪽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경영 실적과 무관치 않다.

현대그룹은 또 현대상선·현대증권·현대아산·현대엘리베이터·현대택배 등 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반도체·자동차 같은 확실한 ‘캐시 카우(이익 창출원)’가 없다. 현대상선 외에는 매출이 1조원이 넘는 기업도 없다./조형래기자 hr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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