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계획이 원조한 양곡 40만톤분 중 1차로 들어온 강냉이 10만톤이 지난 1월 평안남도 남포항에서 하선되고 있다./연합자료사진

북한이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을 거부하며 세계식량계획(WFP) 모니터링 요원 철수를 요구한 것은 식량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검증하는 WFP의 모니터링 절차가 워낙 철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WFP의 모니터링과 우리 정부의 모니터링 강도는 천양지차다. 우리 정부와 WFP는 지난해 북한에 비슷한 양의 식량을 지원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쌀 40만t을 지원하면서 주민들에게 제대로 가는지 살피는 현장조사를 단 10회만 실시했다.

올해 50만t의 쌀을 지원하면서 현장조사 횟수를 늘렸다는 것이 20회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해 36만8000t의 식량을 지원한 WFP는 40여명 직원을 상주시키며 현장조사를 한달에 50~70회 하고 있다고 미국 북한인권위원회가 밝혔다.

조사 장소 선정 방식도 다르다. 우리 정부는 10만t을 보낼 때마다 북한이 분배 내역과 함께 “여기서 확인하라”고 장소를 지정해 주면 협의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북한이 지정하는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측은 한번에 공무원 4~5명이 식량배급소만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수혜자인 가정이나 유치원 등에 제대로 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통일부는 “북한의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WFP는 ‘현장접근을 허용 안 하면 지원을 중단(No Access No Food)’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현재 북한 203개 군(郡) 중 모니터링을 허용하는 160개군(87%) 지역에만 식량을 분배하고 있다. 또 우리와 달리 무작위로 가정, 병원 등을 선정해 배분이 리스트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고 있다.

WFP 제임스 모리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서울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감시체계는 세밀하고 믿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니터링 강도 차이 때문에 북한이 현장 조사가 허술한 남한과 중국의 지원에 의존하려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편 미국 북한인권위원회(UCHRNK)의 마커스 놀랜드 연구원 등은 8일 최근 자신들이 한국의 대북식량 지원 방식을 비판한 보고서에 대해 한국 통일부가 반박 자료를 내자 이를 재반박했다.

이들은 “통일부가 ‘두 사람 발언 중 한국은 분배투명성을 조건화하지 않은 채 식량을 무조건 제공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는데, 우리는 그렇게 발표한 적이 없다”고 재반박했다.

이들은 “우리는 한국 정부 조건은 WFP 기준에 못 미친다고 한 것”이라며 “통일부가 보고서나 기자회견 내용을 읽었는지도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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