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이산가족 면회소 착공식 참석차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홀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현 회장이 금강산 방문을 위해 북측 출입사무소(CIQ)를 통과할 때 북측이 현 회장에 대해 일반 관광객보다도 철저한 짐 검색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관계자는 "현 회장같은 VIP들은 통상 CIQ를 통과할 때 이렇다 할 검색을 하지 않는데 이날은 평소와는 달리 핸드백까지 검사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도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짐을 X선 검색대에 통과시키는데 그칠 뿐 직접 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 회장은 이산가족 면회소 착공식에서도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과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에 이어 3번째 좌석에 자리가 마련됐다.

현대측은 "남북 적십자사가 상의해 자리배치 등 행사를 주관했다"면서 "사업자를 먼저 배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북측의 태도는 김윤규 부회장의 일선 퇴진을 문제삼으며 금강산관광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시킨 조치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김윤규 부회장이 최근 "금강산관광이 하루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북측의 입장에는 별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고 현대 관계자는 전했다.

현 회장도 금강산에서 남측 취재진과 만나 "북측이 나를 피하는 것같다. 만나주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따라 현 회장이 주도하는 대북사업이 큰 난관에 봉착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이 `자신때문에 금강산관광이 위축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했음에도 북측의 태도가 누그러지지 않으면서 북측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북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북측이 김 부회장 건을 빌미로 현 회장 길들이기에 나선 것 같다"면서 "개성관광의 비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에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은 북측의 태도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담담하고 의연하게 대북사업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