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북한 주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배분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독일의 인권 운동가 노어베르트 폴러첸(43) 박사가 18일 주장했다.

폴러첸 박사는 미 의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보와 인권 등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디펜스 포럼이 주최한 오찬 연설회에서 '식량과 의약품 등 적지 않은 원조가 북한에 제공되고 있으나 평양 등 일부 지역의 엘리트 계층만 혜택을 보고 지방에서는 기아와 질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 가고 있다'고 증언했다.

폴러첸 박사는 자신이 북한에서 찍은 비디오와 사진, 서류 등을 보여 주며 전시 도시 평양에는 외제품이 얼마든지 있고 한 호텔에서는 CNN방송도 볼 수 있으나 시골에서는 피가 말라 붙어 검게 변한 1940년대 체코제 수술대를 쓰는 등 지방간 편차가 극심하다며 원조 물자의 배분에 대한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인 그는 인도적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독일의 비정부기구(NGO) 카프 아나무르에 의해 북한의 의료 시설 복구를 지원하도록 파견된 후 지난 1999년 화상 환자에게 자신의 허벅지 살을 이식하는 등 헌신적 활동으로 북한 당국이 주는 친선 메달까지 받았으나 북한 정부를 비방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추방됐다.

폴러첸 박사는 오는 23일 상원 외교위원회가 개최하는 대북 정책 및 인권 상황 청문회에도 참석, 북한의 내부 실상을 낱낱이 폭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하원 회의용 건물인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이날 오찬에는 전문위원과 의원 보좌관 등 의회 관계자와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이 참석했으며 마침 탈북자 지원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방미중인 김상철 변호사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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