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합의한 새로운 남북경협 방식을 놓고 획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남북경협은 남측이 경공업 분야의 원자재를 북측에 제공하는 대신 북측은 남측에 지하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를 보장하고 생산물을 제공하는 이른바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윈-윈 방식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경협방식이 획기적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기대가 큰 만큼 구체적 실행 단계에서는 계산에 넣지 못한 각종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철저한 대비를 강조했다.

31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와 국회 21세기 동북아 평화포럼 주관으로 열린 ‘신남북경협시대의 현황분석과 향후 정책과제’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는 새로운 경협방식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제기됐다.

최수영 통일연구원 연구원은 그간 북한에 원.부자재를 보내 섬유류를 생산해 왔던 위탁가공 방식의 경협 사례를 거론하면서 “(위탁가공교역은) 북한의 생산 설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며 설비투자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대폭적인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제조기술 격차와 소득 수준의 차이로 인해 북한에서 필요한 생필품 원부자재와 남한이 공급할 수 있는 원.부자재가 서로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발산업의 사례를 들면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00년 현재 북한의 신발산업 수준은 남한의 1970년대초 수준에 불과, 30년 가까운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가운데 현재 남한에서 쓰는 원.부자재를 그대로 북한에 줄 경우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출입은행의 배종렬 박사는 최근 북한이 김윤규 부회장의 퇴진을 문제삼아 현대아산측에 금강산관광 인원 축소를 통보한 것을 언급한 뒤 “북한은 정치적 시각으로 경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경제 특구인 나진.선봉에는 아예 남한 기업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경협에 대한 북한의 경직성을 비판했다.

안두순 서울시립대 교수는 새 경협방식이 기존의 일방통행식 대북지원에서 탈피해 북한 경제의 자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에서도 기업가 정신이 싹 트고 자본주의 마인드를 가진 기업인들이 등장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명한 중소기업진흥공단 남북협력지원실장은 “유무상통에 기초를 둔 새 경협방식은 여러 가지 악조건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환영할 일”이라며 “그러나 대북투자기업들이 자율적 경영활동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제조업 분야의 남북경협은 개성공단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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