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을 농촌 지원에 몇달간 총동원


5월이면 북한 전역의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 농장에서 생활한다. 몸이 아프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농촌지원에서 빠질 수 없다.

농촌 지원은 봄과 가을 두 차례 실시된다. 대학생은 봄에 60~70 일, 가을에 15일 간 동원되며, 고등중학생(중고교)의 경우에는 봄에30~40 일간, 가을에 20일 정도 동원된다. 농촌지원은 고등중학교 3학년(남한의 중 1에 해당)부터 해당된다.

봄철 농촌 지원은 지방마다 다소 다르지만 대개 김일성 생일(4.15)이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5월이면 도시는 한산해지고 대신 농촌은 학생들로 시끌벅적해진다. 평양시를 비롯한 대도시 학생들은 주변 농장에, 각 시, 군의 학생들은 그 지역 농촌에 배치된다. 봄철 농촌 들녘은 남녀 학생들과 방송차에서 울리는 노랫소리와 선동원들의 목소리로 뒤덮인다.

학생들이 농장에서 해야 할 일은 간단치가 않다. 개인마다 하루 작업량이 정해져 있어 대충 넘길 수가 없다. 특히 평양에서 곱게 자란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시련이 아닐 수 없다. 농촌 동원에 나가기 싫어 자해하는 학생까지 생겨날 정도다.

학생들의 숙소는 농장 선전실(마을회관)이나 농장원의 집 가운데 방 여유가 있는 곳에 마련된다. 농장원들은 이때부터 ‘지도농민’이 된다. 일은 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지시만 한다는 뜻의 은어다. 한 농장원이 수십 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다니며 일을 시킨다. 봄철 모내기나 강냉이모 이식작업 등은 학생들이 도맡다시피 한다. 봄 가을 농번기에 학생들이 몇 달간 농촌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북한의 농사는 사실상 학생들이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양 학생들의 경우 작업도 작업이지만 처음 겪어보는 이, 벼룩, 빈대 등의 습격에 아주 괴로워한다. 지방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농사와 농촌생활에 익숙해 고생을 덜 느끼는 편이다. 봄에는 농촌에도 먹을 게 부족해 학생들이 더욱 힘들어 한다. 학생들은 거주지에서 ‘식량 정지증명서’를 떼 이것을 지원간 농장에 제출하면 농장에서 식량을 배급받을 수 있지만 힘든 일을 하는데 비해 충분치가 못해 늘 배가 고프다. 봄에 비해 가을은 추수철이라 먹을 게 많고, 기간도 짧아 훨씬 수월하다.

농촌지원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은 얼굴이 새까맣게 타고 살이 쏙 빠진다. 학생들이 돌아오는 6월에는 평양 최대의 목욕탕인 창광원이 ‘농촌 때’를 벗기려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농촌지원 활동에는 교원(교사)들도 모두 참여해 학생들을 지도한다. 농촌지원에서 돌아 온 교원과 학생들은 밀린 학과 공부를 채우기 위해 수업 ‘속도전’을 벌여야 한다./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