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남북한 양쪽에서 학위를 딴 중국인 리쉐탕(오른쪽)씨. 역시 성균관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아내 위홍(왼쪽)씨가 박사모를 씌워주고 있다. /사진제공=성균관대학교

한문학 전공 리쉐탕씨

“저를 학자로 키워준 한반도가 빨리 통일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6년 전 북한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중국인 리쉐탕(李學堂·40)씨가 25일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북한 양쪽에서 학위를 받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남북한의 커다란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술·노래·춤을 좋아하는 모습은 매한가지”라며 “‘역시 한 민족이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있고, 상대방과의 감정교류를 중요시한다는 점도 남북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큰 장점이죠.”

그는 17세 때인 1983년 국가장학생으로 뽑혀 북한의 김형직 사범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교육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1989년 졸업한 뒤 고향인 산둥(山東)으로 돌아가 관광 공무원으로 일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남한 학자들이 백두산을 많이 찾아 왔고, 그는 60여 차례 백두산에 오르며 관광 안내를 했다.

“송재소 한문학과 교수 등 성균관대 교수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원래 문학을 좋아했었는데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학을 향한 열정이 되살아났죠.”

그는 1998년 망설임 끝에 성균관대 한문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2000년 ‘열하일기’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고, 실학파의 거두인 이덕무 문학비평으로 이번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북한 대학생들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북한 학생들 대부분이 매우 총명하고 욕심이 적으나 병역 기간이 길어 30세 전후의 나이 든 학생들이 많아 안타까웠다”고 했다.

“남한 학생들은 자유롭고 재기발랄해서 인상적입니다. 그럼에도 선·후배 관계가 굉장히 엄격하고 깍듯한 것이 의외였죠.”

그는 오는 29일부터 산둥대 교수로서 한국문학을 가르칠 예정이다. “한국 문학은 고구마 줄기처럼 무궁무진합니다. 한국 문학을 중국에 알리는 데 열과 성을 다할 겁니다.”/오윤희기자 oyoun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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