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24일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과 6자회담을 연계해 비난하고 나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 훈련을 ‘대화 상대방을 겨냥한 도발적인 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신의없는 처사를 엄중시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북한군 판문점대표부는 이달 10일 유엔사를 통해 UFL 훈련 실시를 통보받은 직후인 13일 “우리 군대로 하여금 미국과 대화에 기대를 가질 수 없게 하고 있다”며 6자회담과 관련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이런 분위기는 같은날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장성급회담 실무회담에도 영향을 미쳐 차기 장성급 회담 개최 날짜에 합의하지 못하는 진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각종 매체를 통해 남쪽에서 진행되고 있는 UFL 훈련을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당국 차원의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아 일단 관망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외무성이 24일 성명이나 담화에 비해 격이 떨어지긴 해도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려 UFL 훈련을 ‘대화 상대방에 대한 도발적인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한 것은 내주중 재개될 예정인 6자회담을 앞두고 미묘한 파장을 만들고 있다.

특히 대변인의 입장 표명 시점이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북핵 완전 폐기 입장’을 재천명한 직후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그렇지만 이번 외무성의 입장 발표가 목전에 다가와 있는 6자회담 재개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변인이 “우리에 대한 노골적 군사적 적대행위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의지가 한갖 기만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더욱 짙게 해주고 있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UFL 훈련을 내세워 핵문제 타결을 압박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에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군사적 압력이나 강권으로 우리에게서 모종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그보다 더한 오산은 없다”는 대변인의 언급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북한이 UFL 훈련을 문제 삼고는 있지만 이것을 빌미로 어렵게 마련된 회담의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변인은 또 “그 누구의 압력에 굴복해 자주적 권리를 양보하는 것과 같은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반드시 평화적 핵이용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히 불변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언급은 6자회담 재개를 앞둔 시점에서 한미 양국 외무장관이 북핵 완전 폐기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공조를 과시하자 북한이 대응 차원에서 UFL 훈련을 내세워 북한의 원칙적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히면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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