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모든 차이를 끌어안았다. 23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평양 유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조용필 평양 2005’ 콘서트가 끝난 직후, 7000여 평양시민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평양=SBS제공

조용필 첫 북한 콘서트 2시간
끝곡으로 ‘홀로 아리랑’ 북측 갑작스레 요청
공연 끝나자 기립박수 “대단합네다” 연발


23일 ‘조용필 평양 2005’ 공연의 화려한 영상은 남한의 여느 공연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육중하고 세련됐다. 이날 첫 곡 ‘태양의 눈’을 부를 때는 양쪽 비둘기 날개 모형 스크린까지 합쳐 50여m에 달하는 스크린을 활용, 거대한 우주의 형상을 객석으로 쏘아 보내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쿵쾅 쿵쾅 소리가 밑에서부터 울릴 거라우”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객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은 화려한 조명이 터지는 순간, 말을 잃었다.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 등에서 애니메이션이 투사된 장막을 뚫고 노래하는 조용필의 모습은 평양 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충격이었다. 좁은 체육관에서도 조용필의 목소리는 찌그러지지 않았고, 악기들과도 조화를 이뤘다. 북한 관객들은 “대단합네다. 놀랐습네다”를 연발했다.

조용필은 마지막 곡 ‘꿈의 아리랑’을 부른 뒤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하루였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곧이어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일제히 같은 박자로 박수를 치자, 그는 화답하듯 다시 무대에 나왔다.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 잡고 가보자.” 다시 무대에 올라온 그는 ‘홀로 아리랑’을 불렀다. 원래 ‘꿈의 아리랑’을 부르려했으나, 리허설 중 들어온 북측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맞습니다.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생각한 것이, 음악은 남과 북이 똑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이 말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7000여명의 평양 시민은 20~50대의 다양한 연령층으로 주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많았다. 여성들은 원색 계통의 한복, 남성들은 넥타이를 맨 와이셔츠 차림이 대부분이었다./평양=최승현기자 vaidale@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