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향력 적절히 수용,협력,공존하는 지혜 필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일부 시민단체들의 인천 월미도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 철거 주장에 대해 “동상철거 같은 것은 국교에서 굉장히 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보.혁 갈등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맥아더 동상 철거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같은 언급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지방언론사 편집국장단 간담회에서 ’동상 철거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뭐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나왔다.

노 대통령은 “미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국민들의 자존심이나 한국에 대한 인식을 굉장히 악화시킬 수 있는 일”이라며 “그렇게 해서는 안되며 현대 세계를 살아가는 지혜가 아니다”고 분명하게 동상 철거 반대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왜 그 동상을 꼭 철거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의아해하면서 “역사는 역사로서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왜 지금 와서 모든 과거를 말살하려고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역사관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세계질서속에 변화무쌍한 국제 관계를 설명하면서 “세계에는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기의 세계가 있지만, 함께 어우러져 있는 질서가 있고, 또 세계 정치의 현실이라는 것은 우리가 적절하게 타협하고 수용해야 될 질서가 있고, 또 어떤 일이 있어도 거역해야 될 질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전세계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에서도 미국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적절하게 수용, 협력하고 공존해가는 지혜가 필요하고, 더불어 한국이 자기의 자존과 독립을 지키면서 자기 이익도 지켜나가는 지혜가 정말 필요하다”며 공존의 지혜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 로마제국시대와 동양의 중국 패권질서를 비유하며 “로마시대는 로마가 반드시 정당하기 때문이 아니라, 로마가 힘을 갖고,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로마 치하의 모든 국가는 로마적 질서속에 타협할 만큼 했고, 중국의 패권질서도 우리가 중국의 속국으로 조공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실을 적절하게 타협하고 수용하는 방법으로 그 질서에서 살아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거역해야 될 질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식민통치”를 거론하며 “계속되는 직접 지배에 대해서는 우리 조상들도 끝까지 저항해 독립을 지켜냈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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