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달 26일 제4차 6자회담 개막 직전에 영변 5MW 원자로를 실제로 재가동했을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21일 워싱턴 발로 “4차 6자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영변 핵시설을 감시하고 있는 미국 정찰위성이 원자로가 들어있는 건물로 통하는 보일러에서 수증기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5월 11일 5MW 시험 원자력발전소에서 8천개의 폐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을 완료한 뒤 핵연료를 재장입, 이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핵포기에 대해 최종 합의를 이룰 때까지는 협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핵능력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영변의 5MW 원자로를 재가동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수로 원자로의 경우 3% 농축 우라늄을 사용하지만 흑연감속로를 사용하는 5MW 원자로는 북한에 풍부한 천연 우라늄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은 수차례 한반도 핵위기의 본질인 미국 대북 핵위협과 대북 적대시정책이 계속되는 한 자위적 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은 또 1985년 착공했다가 1994년 공사가 중단된 50㎿ 원자로공사 재개가 능성도 언급했다.

신문은 “50㎿ 원자로 주변에서도 도로에 자갈을 까는 등 공사재개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공사재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6자회담 북한 차석대표인 리 근 외무성 국장은 지난달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영변 50MW 원자로와 태천 200MW 원자로 공사재개를 밝히면서 “우리의 주권과 제도를 지키기 위한 억지력으로서 핵무기를 증대시킬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앞서 5월에 방북했던 존 루이스 미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6월 15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 장관에게 방문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이 2개 원자로의 건설공사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자로 건설을 위한 토목 공사는 가능할지 몰라도 핵심부품인 밸브와 펌프, 계측장비 등은 대부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제사회가 철저하게 수출입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원자로 건설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장비를 구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북한이 엄포용으로 원자로 건설 재개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5월 초순에 인출 완료했다는 폐연료봉의 행방도 주목의 대상이다.

북측이 함구하고 있지만, 한 달 이상 수조에 넣어 방사능 수치를 낮추고 열도 식히는 냉각기를 거친 뒤 인근에 위치한 방사화학실험실로 옮겨 재처리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방사화학실험실의 재처리 능력은 논란을 빚고 있으나 북한은 지난해 1월 방북한 로스 앨러모스 핵연구소장 출신 헤커 박사 등 미국 대표단을 데려가 자신들의 핵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헤커 박사는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당시 북한측은 방사화학실험실 시설 능력이 하루 6시간씩 4교대로 폐연료봉 375㎏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5㎿ 원자로 재가동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면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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