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45명이 중국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와이다(外大)가에 있는 캐나다 대사관 담장을 철제 사다리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넘어가고 있다. 일부는 작업하는 근로자 복장으로 위장했다./제보자 제공


지난달 중국내 탈북자 등 북한 주민 숫자를 조사한 결과 1999년 조사 때 30만명으로 추산됐던데 비해 10분의1 수준인 3만-5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법륜(法輪) 스님이 19일(현지시간) 밝혔다.

1990년대 후반기부터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온 정토회의 지도법사 법륜 스님은 최근 방미 길에 미 정부 관계자 및 미국의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이같은 숫자를 비롯해 탈북자와 북한 관련 ’최신 실지 정보’를 설명하고 “객관적 정보에 근거한 정책과 대책”을 촉구했다.

법륜 스님은 현재 정설처럼 굳어진 ’탈북자 30만명’도 1999년 자신이 운영하는 대북 인도지원 조직을 동원, 중국 동북 3개 성의 2천500여개 마을에서 현장 조사와 통계처리 기법을 통해 추정했던 숫자라며 이번에도 6월1일부터 7월20일까지 연변 조선족 자치주내 북한 난민 상황을 실사했다고 말했다.

자치주 1천566개 마을을 조사요원이 직접 방문, 확인한 탈북자 수는 1천200여명.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2천-3천명으로 추정된다는 것. 1999년 조사 때의 확인 난민수 1만5천500명, 추정 난민수 2만5천-4만명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족 마을 1천개에 대해서도 조사했던 때와 달리 이번엔 조선족 자치주 마을에 대해서만 재조사했다.

법륜 스님은 “북한 난민들이 중국 전역으로 흩어지는 바람에 동북 3성 표본조사 결과를 근거로 통계적 의미가 있는 전체 규모를 낼 수 없게 됐다”고 단서를 달고 “ 다만 최대 3만-5만명 정도의 탈북자가 있지 않느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북.중 국경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탈북자가 많이 거주했으나 최근엔 엄격한 단속 때문에 멀리 떨어질수록, 조선족 마을보다는 한족 마을에, 농촌보다는 대도시 인근 빈민촌에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 거주 탈북자의 급감 이유로, 그는 북.중 양국의 국경 경비 및 중국내 단속 강화, 북한 식량사정 개선으로 인한 신규 탈북자 감소, 합법적인 중국 방문 경로 확대, 장사 등을 위한 2-3일 단기 체류자 증가 등을 들었다.

그는 특히 “중국내 공관 진입 방식의 망명 시도 후 중앙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고 어린이까지 즉각 강제송환토록 하는 바람에 탈북 난민 여건이 더 나빠졌다”며 “과거엔 지방정부가 대체로 눈감아주는 입장이어서 체포된 탈북자도 송환전에 다시 빼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구호.인도지원 조직을 통해 파악한 최근 북한 시장 상황과 관련, “과거 1만달러 규모의 거간꾼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10만달러를 가진 거간꾼이 나타나고 있다”며 “매점매석이나 재산가와 권력의 유착 등 러시아나 중국의 시장경제 전환 초기와 같은 원시적 자본축적이 일어나는 단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도시와 도시사이에 비공식 개인 버스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으며 주택도 비공식 매매되는 경우가 늘고, 도시 근교엔 셋방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7월 들어 북한의 식량 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며 이는 “감자가 수확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등 외부의 식량 지원 소식에 매점매석했던 사람들이 식량을 장마당에 내놓기 때문”이라고 법륜 스님은 말했다.

그는 환율 역시 6월 1위안에 북한 돈 350-360원 하던 것이 7월엔 310원으로 떨어졌다며 “경제가 뚜렷하게 개선된 것도 아닌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북핵 문제가 전향적으로 풀리는 기미와 대북 인도지원 등의 요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법륜 스님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워싱턴을 방문, 조셉 디트라니 대북협상 대사와 빅터 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을 비롯해 국무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난 결과 “모두 지난번 북핵 6자회담을 긍정 평가하는 등 지난 6월 면담 때보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전날 통일강연회에서 남북간 ’낮은 단계의 연방제’나 ’국가연합’ 구성, 남북 당국의 과거 행위와 관련된 민족화해법 제정 등을 주장했던 법륜 스님은 이날 워싱턴 인근 식당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판이 크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주변국의 개입을 막고 민족 내부 문제로 흡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두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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