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반도 우발사태 등에 대비해 한미 양국이 작전계획 수준으로 보완,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개념계획(CONPLAN) 5029’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19일 조선중앙통신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 북침전쟁계획인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합의한 것은 최근 좋게 발전하는 북남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조선반도 정세를 또다시 전쟁 위험속에 몰아넣은 위험천만한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개념계획 5029는 공식 명칭이 ‘합참.유엔사.연합사 개념계획 5029’로 북한의 내부 소요사태, 정권붕괴, 대규모 탈북사태 등의 우발 상황에 대한 대응계획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 계획은 북한의 붕괴시 군정 실시 주체를 미군으로 못박아 남한의 주권을 침해하고 분단을 영구화할 수 있다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대변인은 남한의 한 언론 보도를 인용, 노무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이 계획을 재가하도록 미국이 압력을 넣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정부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개념계획 5029에 대한 비난을 재개한 배경에는 만의 하나가 이 보도가 사실일 경우를 염두에 두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신중한 판단을 당부하는 주문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조평통 대변인이 “이번에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의 북침전쟁 모의에 동의함으로써 앞으로 우리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 움직임에 자의든 타이든 언제든지 가담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언급한 것은 남측 당국에 대한 일종의 압박성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을 주적 혹은 점령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는 이 계획은 어렵게 물꼬를 튼 남북화해 분위기와 평화협정 논의로 모멘텀을 받은 6자회담에도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반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6.17면담’ 이후 가속도가 붙은 남북관계 전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이달 중순부터 실시되는 을지포커스렌즈 연습과 관련해 남측 군당국을 비난하면서도 8.15축전에 당국 및 민간 대표단을 보내 현충원을 참배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또 18-19일 개성에서 열린 농업협력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남북은 북측 일정 지역의 협동농장을 선정해 남측이 육묘시설과 농기자재, 배합사료와 영농기술 등을 2006년부터 지원하고 북측의 산림자원 확충에 협력키로 합의하는 등 남북교류는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과거 남측의 군사 관련 계획이나 훈련 때마다 남측 당국을 거세게 비판해 왔지만, 일단 남북관계 진전이 필요하다고 인식할 때면 그에 상관없이 남북 접촉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그동안 해온 관성에 따라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이나 개념계획-5029를 비난하는 것이 당연하고 6자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주장과도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본다”며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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