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비리 의혹에 휘말린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거취를 다룰 현대아산 이사회가 19일 오후 서울 현대상선 빌딩에서 열린 가운데 최용묵 구조조정본부장이 이사회 결과 내용를 발표하고 있다./연합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을 주도해온 김윤규 부회장이 개인비리 의혹으로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대북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에서만 물러나고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사실상 은퇴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그룹측은 김 부회장이 계속 대북사업에 있어 힘을 보태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불미스런 일로 낙마한 마당에 과거와 같이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행보에 힘이 실리지도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향후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현정은 회장이 주도하고 실무는 윤만준 사장이 이끄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측은 지난 3월 윤 사장이 취임한 뒤로 김 부회장의 역할이 상당히 줄었기 때문에 사업 진행에 있어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회장 주재로 매달 열리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도 김 부회장 대신 윤 사장이 참석하고 현대아산 임원회의도 윤 사장이 주재해 왔으며 최근 북측과 가진 협상에도 대부분 윤 사장이 대표로 참석해 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윤 사장 체제가 이미 정착되고 있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이 지금껏 대북사업에서 차지해 온 비중을 감안하면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김 부회장은 정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 등 2대에 걸친 신임속에 대북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의 사후에는 북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현대측 대표를 맡아왔다.

그는 지난달 백두산 및 개성관광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낸 현정은 현대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 성사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현대의 대북사업이 북측과의 개인적 친분에 의해 구두합의가 선행된 뒤 실무협상을 통해 현실화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도 김 부회장의 공백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측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지도 관심이다.

아직까지 특별한 반응이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의리를 중시하는 북측 풍토상 10년 넘게 관계를 이어온 김 부회장의 퇴장이 달갑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 영업담당 임원이 최근 북측으로부터 입북금지를 당하고 백두산관광 답사가 늦춰지는 등 일부 이상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측은 “북측에서 다소 문제를 삼을 수는 있겠지만 사업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 건으로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개성 시범관광을 26일부터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도 대북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면담에서 현 회장에게 “금강산은 정몽헌 회장한테 줬는데 백두산은 현정은 회장한테 줄테니 잘 해봐라”며 힘을 실어준 데서 보듯 북측도 현 회장을 정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을 잇는 대북사업의 ‘수장’으로 인정한것도 현대측이 믿는 구석이다.

다만 김 부회장이 그룹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일 지 여부도 변수다.

현대측은 김 부회장이 이사회 전에 “그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이사회에 불참해 앙금이 여전함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이 불만이 있다해도 전문경영인이 오너에 대항할 수 있는 카드가 현실적으로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편 이번 사안으로 대북사업의 불투명성과 도덕성 논란이 다시 도마위에 올라 백두산관광에 50억원을 지원키로 하는 등 대북 관광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였던 정부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협력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북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인사가 불미스런 일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정부 지원 등에 있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현대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북사업을 더욱 투명하고 깨끗하게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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