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지난 3월 방한했을 때 한미 양국군의 합동군사 훈련이 하도 인상적이어서 라이스 장관이 이를 참관토록 권유했었는데, 불행히도 언론은 이를 대북 강경 입장의 표시로 해석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7일(현지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북핵 6자회담에 관해 설명하는 가운데 한미 동맹관계의 현주소에 대한 평가를 주문받고 이같은 예를 들며 한미동맹관계 이상론의 일부를 “한국의 매우 왕성한(vigorous) 언론과 정치환경” 탓으로 돌렸다.

그는 “1에서 10점으로 볼 때 몇점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직답을 하지 않고 “한국은 매우 왕성한 언론과 정치환경을 갖고 있다”며 “무슨 말을 하면 처음 의도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확대되거나 변모(recast)된다”고 말했다.

그도 “양국 관계가 내가 한국에서 처음 근무했던 1980년대와 다른 것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유럽 근무 경험을 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들의 군사협력을 보다가 지난해 여름 한국에 부임했을 때 한미 양국군이 을지 포커스 렌즈 합동훈련을 하는 것을 보고, 미군이 이처럼 다른 외국군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도 인상이 깊어 라이스 장관이 방한했을 때 마침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라이스 장관이 양국군간 긴밀한 협력 상황을 참관토록 권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질문자를 가리키며 “한미동맹은 당신의 얼굴의 미소가 시사하는 것보다 나은 상태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여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또 “한국이 여전히 믿을 수 있는 동맹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이어진 질문에 도 “내가 전쟁에 나갈 때 다른 어떤 나라 군인보다 옆에 함께 가고 싶은 군인은 한국군”이라고 대답했다.

자신감있는 언변을 자랑하는 힐 차관보는 한편 북핵 6자회담이 공동발표문 합의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되고 휴회에 들어간 상황과 관련, “한순간 정말, 산 정상을 봤다고 생각했었다. 결국 다시 구름에 가려지긴 했지만, 그러나 우리의 지향점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고 묘사했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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