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포럼' 참가한 러·중 생태전문가 2人

경기도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진행중인 ‘2005 DMZ포럼’에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야생동물보호 및 환경연구실의 ‘호랑이 전문가’ 드미트리 피크노프(67) 박사가 왔다. 중국 저장(浙江)대 생명과학학원의 ‘따오기 박사’ 시용메이(여·41) 교수도 왔다.

“이미 사라졌거나 멸종 위기에 몰린 동물을 다시 찾기 위해 파괴된 자연 환경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이렇게 실감나게 말했다.

◆드미트리 피크노프 박사, “누구도 호랑이에 총을 겨누지 말라”

1999년 첫 방문 이후 한국은 세 번째다. 한국에 호랑이가 있을까. 민감한 질문이다. 울창한 숲 등 호랑이가 서식할 자연환경은 적당하다.

그러나 확실히 살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그렇다고 호랑이가 멸종했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내가 강원도 중부전선 지역에서 호랑이 흔적을 봤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사실과 다르다.

살쾡이 비슷한 동물의 발자국이었다. 북한도 3차례 방문해 당국자와 함께 호랑이 발자국이 발견된 곳에 가봤지만 호랑이는 아니었다.

러시아 극동지방에선 430~490마리의 호랑이가 잘 보호되고 있다.

5~7년을 주기로 호랑이 숫자를 조사하는데 워낙 행동반경이 넓다. 조사 인원만 750명 투입되고 비용만 35만 달러다.

한반도에 호랑이가 서식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적설량이 많은 겨울에 발자국 등 흔적을 추적해야 한다.

대상 지역을 선정한 뒤 일시에 조사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러·미 등 각국 학자들의 합의를 통해 호랑이 존재가 입증될 수 있다.

호랑이에 관심을 가진 지 벌써 45년이다. 어렸을 적 멧돼지와 사슴 등을 사냥했는데, 자연히 먹이 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호랑이에 관심이 미쳤다. 늘 호랑이를 생각하고 쫓아다녔지만 정작 마주치는 일은 드물다. 4~5년에 1번 정도다.

함께 다니는 개에게 호랑이가 덮친 적도 있었다. 호랑이가 나를 알아보는 것 같은데, 적어도 나에게는 ‘우호적’인 것 같다. 제발 호랑이에 총을 겨누지 말아 달라.

◆시용메이 교수, “따오기가 한반도를 다시 찾는 날은 언제일까”

중국에서 따오기는 ‘주환’이라고 불린다. 한국의 따오기는 30여년전 판문점 부근에서 관찰됐다. 80년대 경기도 고양 지역에서 마지막 목격된 후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고 있다.

1980여년대 중국도 비슷한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국제조류학회의 지원을 받아 산시성(陝西省) 양현(洋縣)에서 발견된 두 쌍의 따오기와 3마리의 새끼를 인공 번식시켜 지금은 700여마리까지 늘렸다.

작년에는 12마리를 자연의 품에 돌려보냈다. 일본 토종 따오기는 2003년 10월 멸종됐지만, 1999년 중국에서 기증받은 한 쌍을 인공 번식시켜 57마리까지 늘린 상태다.

한국 방문은 두 번째다. 지난 6월 강화도와 새만금 지역 등 조류 서식지를 둘러봤다. 논 등 습지에서 서식하는 따오기는 사람이 살 곳을 빼앗아 멸종 위기에 몰렸다. ‘환경의 지표종’이라는 따오기가 이미 사라졌다. 가볍게 봐선 안된다.

대학원 시절 따오기에 관심을 갖게 된 뒤 14년 동안 따오기만 생각했다. 같은 대학에서 근무하는 남편은 팬더 전문가다. 한국에는 따오기에 대한 노래도 있다고 들었다.

DMZ에 따오기가 살고 있느냐는 한국 사람들의 희망섞인 질문에 답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살 곳과 먹이, 편안히 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따오기는 다시 돌아온다./채성진기자 dudmi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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