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17일(이하 현지시간) "한미 양국이 베이징 6자회담때 북한측과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문제를 검토했고 중국측과도 이미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후 워싱턴 시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평화협정 문제는 지난 13일간 계속된 베이징 6자회담에서 거론됐다"면서 "특히 북한대표단과는 베이징에서 공식적으로 만나기 2주전 그 문제를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6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힐 대사는 "6자회담이 성공하기를 바라며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동북아의 질서를 구축하고 한반도 분단상황을 종식시킨다는 차원에서 평화협정이 존재하지 않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힐 차관보의 이례적인 '평화 협정' 발언은 북핵 6자회담이 지난 13일간의 절충에도 불구,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제안전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북한측과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함으로써 핵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결단을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간 미 학계와 한반도 전문가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반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안보환경이 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오히려 평화협정 체결을 꺼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힐 차관보는 "우리는 북한측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특히 관련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적절한 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6자회담이 휴회에 들어간 이후에도 뉴욕의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측과 직접 접촉하고 있다"면서 "만약 북측에서 추가로 제기하고 싶은 의제가 있을 경우 언제든 접촉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그는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별도로 만나 "6자회담이 재개되는 오는 29일 이전 북한측과 통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주에 많은 접촉이 이뤄질 예정이며 한국과 일본, 중국의 특사들이 내주 워싱턴을 방문하길 기대한다"면서 러시아측과도 전화로 접촉할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힐 차관보는 아울러 "북핵과 관련한 당사국간 원칙 합의가 빠르면 9월 후반, 늦어도 10월 중에는 결론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만약 북한이 국제 사회에 진입해 그 일원이 되길 희망한다면 게임의 룰에 승복해야 하며, 그 비용에 대해서도 검토하기 시작해야 한다"면서 "그 비용은 인권관련 기록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인권이 무기로 사용되거나 특정 국가를 괴롭히기 위해 이용돼선 안된다"면서 "북한 인권문제가 북핵관련 최종 협정을 체결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힐 차관보는 “한미동맹의 긴밀도를 점수로 매긴다면 얼마나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양국관계가 지난 80년대와 다르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내가 만약 전투에 나간다면 그 어떤 군대보다 한국군을 동료로 삼고 전투를 치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문제의 포괄적 해결방안에 대해 “단계적 절차를 검토하더라도 마지막 단계가 무엇인지 아는게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일련의 원칙을 세우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의 방미 목적에 대해 “6자회담에 대한 양국의 기본적인 전략 마련과 휴회에 들어간 6자회담에 대한 한국측 평가,최근에 이뤄진 남북간 대화에 관한 한국측 입장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북한측의 ’평화적 핵이용권’ 입장을 두둔한 것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양국은 한미관계의 목표와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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