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7일 8?15 북한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 접견한 뒤 오찬을 함께했다. 노 대통령이 북측 김기남 단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8·15 민족대축전 행사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이 17일 청와대 오찬을 끝으로 3박4일 일정을 마친 뒤 평양으로 돌아갔다.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 대표단 접견은 오전 11시30분부터 시작돼 오찬으로 이어졌다 오후 1시25분에 끝났다. 약 2시간 정도 노 대통령과 함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내용 발표는 A4용지 1장이 채 안 됐다.

노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에 “8월 말 재개될 4차 6자회담에서 핵문제 해결에 실질적 진전이 있을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핵문제의 고비를 넘어서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8·15 행사에 대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번에 현충원을 방문해준 것은 아주 참으로 좋은 일이고, 그것이 또 앞으로 더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길 수 있는 밑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김기남 북측 단장에게 “지난번에 정동영 장관이 갔을 때 정말 좋은 말씀을 해주셨고, 그 이후로 남북관계와 6자회담이 계속 발전해나가도록 해주신 데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사의를 표하고 안부를 물었다.

김기남 단장은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께서 노무현 대통령 각하께 보내신 인사를 전해드린다”고 한 뒤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비료 지원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북측 대표단은 김 위원장의 안부 외에 별도의 구두 메시지나 친서를 노 대통령에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8·15 행사 평가 엇갈려

북한 대표단은 과거와 달리 이번 행사에서 여러 기록을 남겼다. 현충원 참배, 국회 방문, 김대중 전 대통령 문병과 함께 종교·노동·학생 등 부문별 접촉도 했다.

통일부당국자는 “김 전 대통령 초청 의사 전달, 서울대·김일성대 교류 긍정 검토 등은 교류를 차단하려는 과거 북한 태도와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체제와 이념을 넘어선 교류 가능성을 보였다(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평가도 있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주한미군 철수, ‘우리민족끼리’ 이념 등 정치·반미구호가 여과 없이 나와 우리 국민들이 사상적 혼란을 겪도록 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의 심리전이 성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도 “북한은 통일전선정책을 업그레이드했는데 우리는 무방비 상태로, 이에 대한 대비나 고려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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